학교 용어 TMI- 패드립 5

그래서, 우리는 더 따뜻하게 말해야 한다

by 복희

두 번째 말: 패드립

- 장난인데 뭐가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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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더 따뜻하게 말해야 한다



청소년의 과도한 욕설과 패드립은 다행히도 성장과 함께 정도와 예의를 배우며 줄어든다. 그 결과의 밑바탕에는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그런 말들을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하고 지적하는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학생 개인을 지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을 둘러싼 언어 환경을 건전하게 바꾸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인터넷 방송의 자극적인 표현이 여과 없이 시청자에게 전파되거나 인터넷 방송에서 유행하는 자극적인 표현이 드립이라는 말로 장난스럽게 여겨지며, 공중파 방송에도 퍼지는 것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과도한 욕설과 혐오표현을 더는 입에 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의 평소 어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욕설과 차별적 언어를 지속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그 주변의 어른도 그런 언어를 끊어내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패드립이나 욕설 사용이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이런 언어 습관은 결국 성인의 모방이며, 대게는 일시적으로 끝나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는, 친절하고 상냥한 말들이 줄어드는 것에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소통 매체를 통해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과도한 소통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달빛에 의지하여 몇 번을 생각하고 고쳐 적어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오타투성이와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암호 같은 문자로 실시간 소통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더 빨리, 더 많이 말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언어 소통이 보편화하자, 가장 최근의 교육과정인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매체’ 영역이 독립적인 영역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매체’는 단순히 ‘신문, 방송’ 같은 전통적인 개념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 사이의 의미 전달을 가능하게 해 주는 다양한 수단과 도구 전체를 뜻한다.

그러나 교과서 자체가 정제된 텍스트라는 한계에서 못 벗어나듯 학생이 배우는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의 특성이나 과정 역시 피상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가르치는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온라인 채팅 플랫폼에서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학생들은 “현실성이 없다”라고 하며 키득거렸다.

실제 학생의 채팅방은 오타가 난무하고, 띄어쓰기도 엉망이다. 맥락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며 한 가지 주제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다뤄진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상한 짤은 덤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여과 없이 교과서에 담을 수는 없으니, 학생 역시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교과서의 지식으로만 여기게 된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언어 사용은 과격해지고 날카로워졌다.

그것이 가진 비판적인 기능과 풍자와 해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이라는 칼을 너무 자유롭게, 과도하게 휘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드립’이라는 말로 포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표현은 혐오감을 품고 있다. 그리고 표현 대상에 인식을 왜곡한다.


국어교사인 지인이 ‘오글거리다’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우리 말에 낭만적인 표현들이 급격히 사라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민망함의 정도가 지나쳐 손가락을 펼 수 없을 정도로 곱아진다’라는 의미의 이 말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생긴 표현이다. 원래는 그 사람의 허용치를 넘는 부담스러운 귀여움, 낭만 등을 접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은 표현에도 ‘오글거린다’는 말을 남용한다.

감사, 사랑, 존경, 응원.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사람들이 오글거린다는 말을 사용하면서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편지에 쓰는 것도 “아, 선생님 오글거려요.”라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스한 감정을 전달하는 문장과 대화는 사라지고,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은 혐오와 비난이다. 그런 말에 상처를 입고도, 내 상처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마음을 닦아 이야기하는 진심의 표현, 공들인 표현이 주는 감동을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그것이 수려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그런 말들의 힘은 굉장하다.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국어라는 과목에서 그런 것을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학교라는 공간에서만이라도 감사, 격려, 응원 같은 보드라운 표현으로 일상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국어 시간에 가르칠 수 없더라도, 따스한 언어로 학생의 마음을 보듬는 그런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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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개정 교육과정 중 중학교 국어과 '매체' 영역 성취기준

[9국06-01] 대중매체와 개인 인터넷 방송의 특성과 영향력을 비교한다.

[9국06-02] 소통 맥락과 수용자 참여 양상을 고려하여 상호 작용적 매체를 분석한다.

[9국06-03] 복합양식성을 고려하여 영상 매체 자료를 제작하고 공유한다.

[9국06-04] 매체 소통에서의 권리와 책임을 이해하고,

수용자의 반응을 고려하며 매체 자료의 제작 과정을 성찰한다.

[9국06-05] 매체 자료의 재현 방식을 이해하고 광고나 홍보물을 분석한다.

[9국06-06]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매체 자료의 공정성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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