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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함

by 김여생

오늘 그림을 다 완성했다.
내일 바로 내야하니 초집중모드로 하루종일 붙잡고 있었다.
일을 살짝 뒤로 미뤄놓은 채 그림에만 전념했더니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그림이 나왔다.
'하, 하얗게 불태웠다.'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초보라 기본이 없다. 색을 쓰는 방법이나 데생도 안 되어 있어 배우는데 더딘 편이다.)
고양이에게 미안해서 특식을 주고 정리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웠다.
아침 11시에 시작했는데 끝내고 누우니 9시가 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려 몇시인지 시간감각이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오랜만에 나의 집요함을 맛본 날이었다.
가끔씩 무언가에 꽂히면 내가 원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 때가 있다.
언어가 될 때도 있고 기술이 될 때도 있고, 이번에는 그림이 되었다.
한번 몰입하면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5분 컷에 입이 말라 입술이 틀 때까지 물도 안 마다.
그렇게 건강을 해치면서도 좋아서 재밌어서 멈출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엔 그랬지만 이번에는 밥도 잘 먹고 물에 차에 커피에 잘 챙겨 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최고!)
오랜만에 예전 생각도 나고 참 좋다.
이런 집요함을 돈 버는 것에 썼으면 난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는 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돈 버는 것엔 이런 열정이 안 생긴 단 말이지 후후.
나에게 이제 이런 집요함은 없어진 줄 알았는데.
해보니 이야 아직 죽지 않았네 싶다.
예전보다 한층 더 성장했다 생각도 든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구!
꼬르르륵.
아우 배고파,
시간이 늦었지만 군고구마 하나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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