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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Oct 27. 2024

집과의 작별

한국으로 돌아가는 당일 아침.

여자는 어김없이 잠을 자지 못했다.

이런저런 걱정에 거의 아침까지 한국 월세를 찾아보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까 생각하다가도 괜히 자신의 이런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아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우선 요양을 해야하니 경기도 외곽에 있는 작은 동네에 있을까 생각하는 여자다.

아직 경기도 외곽은 월세가 저렴한 곳이 많다.

공장이 있는 동네는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집도 많고 상태 좋은 원룸도 많을 것이다.

한국에 살때 이사를 많이 다녔던 경력이 여기서 발하고 있다.

조금 쉬다가 다시 일할 곳을 알아 보아야 하니 서울로 나가기 쉬운 동네로 찾아보았다.

지역 한곳을 정하고 찾아보니 현재 월세 시세가 눈에 들어왔다.

조그마한 시골과 시내 사이인 동네에 원룸이 30만원대인 곳을 발견했다.

지하철역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15분정도면 지하철역까지 도착하니 나쁘지는 않다.

여기서는 월급도 적고 시간이 나면 여행을 다녀서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국계좌에 모아둔 돈이 있으니 우선 그 돈으로 몸이 회복될 때까지 조용히 지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우선 한국에 도착하면 전화해서 방이 있는지 확인해야하고,

만약 안된다면 다른 방을 보러 가야한다.

하지만 이삿짐을 들고 다녀야 하니 한번에 가서 계약하길 바라는 여자다.

이런걸 시간날때마다 매일 찾아보느라 하루에 잠을 3시간도 못자고 있지만 어차피 잠이 안오는 데다 무언가 찾아볼 게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여자는 강박처럼 확인한 것을 또 확인하고 다시 확인하고 계속 확인한다.

관공서 일과 은행과 물건정리등. 끝난 것 같지만 여자는 불안해서 계속 생각날때마다 확인을 한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 힘든 곳이니 만약 한국에 돌아 갔을때 일이 터지면 머리가 정말 아플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이 곳에서의 생활은 얼마간 아예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여길 생각하면 가족을 생각해야 하고 엄마의 그 말들이 또다시 여자를 괴롭힐 것이다.

여자는 눈을 감는다.

이제 한국으로 간다.

이 곳과는 작별이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속으로 계속 되뇌인다.

모든 것의 준비를 마치고 집주인을 기다린다.

방 곳곳을 보며 이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처음에 집에 와서 전 세입자들이 신발을 신고 다녀 바닥을 10번 넘게 닦고 생활했던 일,

집에 세탁기가 없어 큰 빨래는 세탁소에 작은 빨래는 세면대에서 해결했던 일,

정서향이라 해가 질때 방 끝까지 해가 들어와 모든 방에 해가 가득했던 날들,

주방이 덩치있는 남자 한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만큼 작지만 이곳에서 별의별 음식을 해먹었던 일까지.

이런저런 생각하는 와중 집주인이 도착했다.

다음 세입자도 한국인이라 신발을 신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바닥 걸레질을 열심히 놓았건만 집주인은 당당하게 신발을 신고 안으로 들어와 이곳 저곳을 살핀다.

'아..' 여자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집주인은 외국인이다.

그저 안타깝게 선명히 남는 발자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집주인은 집안을 다 둘러보더니 집을 깨끗하게 썼다며 고맙다고 했다.

여자가 이곳에서 좋았던 기억 중 하나는 집주인이다.

흔쾌히 동양사람을 받아주기도 했거니와 이런 저런 편의를 많이 봐주었다.

그도 여자가 괜찮았는지 여자의 다음 세입자도 한국인을 추천받겠다고 말했다.

여자는 택시를 부르고 집주인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하며 짐을 부탁한다.

집주인은 흔쾌히 수락하며 커다란 이민가방을 1층까지 내려다 주었다.

곧이어 택시가 도착했고 여자는 집주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Tschüss!(안녕.)'

집주인은 말했다.

여자도 'Tschüss.' 그에게 화답하며 택시에 올랐다.

드디어 이 곳을 떠난다.

여자는 택시에 올라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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