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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Oct 27. 2024

마지막 정리

여자는 집에 돌아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핑 돌기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 답답한 상황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니 통증이 거세져 중간에 멈춰버렸다.

담배를 피우고 싶지만 걷는 것 조차 힘이 드니 나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집 안에서 피우는건 마지막 인간성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여자는 모든 생각을 내려 놓은 채 하루를 꼬박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루종일 따뜻한 매트 위에서 쉬고 나니 머리속이 조금은 깔끔해졌다.

그리고는 해야할 일 목록을 만들고 물건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없으니 조그마한 것부터 정리해 나갔다.

1년 넘게 살았다고 세간이 꽤나 많이 늘었다.

우선 옷들은 가져갈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했다.

사진과 함께 올려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집으로 와서 직접 보고 가져갈 수 있게 하거나 택배로 보내주었다.

외국은 택배가 비싸기도 하고 분실률이 높아 직접 오는 경우가 많다.

세명 정도가 집에 와서 직접 보기를 청했고 여자는 흔쾌히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사는 집의 다음 세입자를 찾는 공고를 올리고 집주인에게도 연락을 했다.

집에 볕이 잘 들고 구조가 좋아 다음 세입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집주인은 다음 사람도 한국인이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서 빠르게 풀려나갔다.

동양인은 집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공고를 올리자 바로 몇명의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고 이야기를 해본 후 집을 둘러보게 해주었다.

그 중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된 유학생에게 다음 세입자 자리를 주기로 결정했는데 살림이 거의 없다고 해서 주방용품등 여자는 물건을 다 놓고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있는 물건을 다 가져가면 여자는 이민캐리어 하나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족과도 연락을 안하기에 한국으로 택배를 부쳐도 받아줄 사람도 없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을 가도 지낼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 부분에서는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깔끔히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여자가 지금 뼈에 금이 간 상태라는 것이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여자는 어차피 끝난 것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다.

뼈에 금이 간 상태로 여자는 빠르게 하나둘씩 정리를 해간다.

얼추 정리가 되었을 때 여자는 비행기표를 알아본다.

이 몸상태로 경유는 무리여서 직항을 끊으니 생각외로 지출이 커져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공서에 가서 거주지 등록 해제를 신청했다.

이제 드디어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이 모든 것을 할 때 많은 시일이 걸렸는데 이젠 익숙해 졌는지 3일만에 모든 것을 끝내 버렸다.

여자는 모든 것이 빠르게 해결되는 것을 보고 이 곳에서의 마지막을 실감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 집을 나가기 전, 여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마지막 외출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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