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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Oct 27. 2024

위선자의 얼굴

역시 여자의 예상은 맞았다.

다음날 쉬는 날이지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음식점을 찾았다.

골반뼈에 금이 간 엑스레이를 보여주고 의사 소견서를 보여주자 음식점 사장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항상 여자에게 온화하던 사장은 지금까지 본적 없는 냉담한 표정으로 어떡하고 싶냐고 묻는다.

사장의 영혼없는 눈을 보자 여자는 힘든 것도 내색 하지 않으며 일했던 자신이 불쌍해졌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이 곳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다.

'그만두겠습니다.'

여자가 말하자 사장은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아마 여자가 소견서를 들이밀며 쉬다가 다시 나와 일하겠다고 했으면 갖은 이유를 대며 쫒아내기 위해 끝이 더러웠을 것이다.

이걸 아는 이유는 이 곳에 1년 넘게 있으며 그런 사람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이 식당 뿐만 아니라 외국에 살고 싶어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의 심리를 이 곳 사람들은 잘 꿰뚫고 있다.

비자가 없으면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니 비자를 핑계로 어떻게든 구슬려 돈은 조금 주고 일은 철저하게 부려먹고 싶어하는 인간들이다.

노동자들에게 비자는 자신의 생명줄 같은 것이기에.

그게 외국에서 같은나라사람을 조심하라는 이유일 것이다.

여자도 다를 바가 없었기에 1년에 15일 있는 휴가는 이번에 쓴 이틀이 유일했다.

저 거지 같은 위선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여자는 역거움이 일었고 더 이상 그에게 굽신거리고 싶지 않았다.

여자는 이제 누구에게도 굽신거리거나 자신을 속이며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만둔다고 하자 이야기가 술술 풀려 금방 음식점을 나왔다.

마지막으로 식사나하고 가라는 말에 여자는 불쌍한 이에게 적선하는 모양새로 들려 불쾌해 거절하고 나와 버렸다.

객기로 그만둔다고 이야기는 하였으나 여자는 나오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1년이 넘는 기간을 일하면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었구나 자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그만둔다고 하니 거기 있던 그 누구도 여자에게 잘가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눈치만 보며 묵묵히 일하는 이만 있을 뿐이었다.

'인생 헛살았네.'

여자는 아픈 통증을 참아내며 조금씩 지하철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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