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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Oct 27. 2024

응급실과 기다림

여자는 아침에 눈을 뜨자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누워있는데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다.

몸살기운이라고 하기엔 고통이 심하다.

'어제 넘어질 때 잘못 넘어졌나?'

고통때문에 몸을 옆으로 누울 수도 없는 상태다.

그저 참고 조금 눈을 붙여보려 한다.

'으윽.'

허리 아랫쪽에 심한 통증이 일어난다.

넘어질 때 그 쪽으로 넘어진 것 같다.

'그래. 맨땅에 넘어졌으니 아플만도 하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에 살짝 힘을 주기만 해도 엄청난 고통이 밀려온다.

눈물이 핑 돌정도로 아픈 것을 보니 엄살을 피우는 건 아닌 것 같다.

여자는 이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 병원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병원은 어제가 처음이었는데.

더 기다리더라도 검사를 하고 나왔어야 했을까.

생각해보지만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오전 10시, 몸을 간신히 일으키는데도 한 세월이 걸린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프지만 얼른 가까운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본다.

외국은 진료를 받으려면 몇주가 걸리기에 응급실을 가야하는데 이 응급실도 바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응급실에 접수를 한다.

한국 응급실과 다를바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가득이다.

평일 오전 11시,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니 그래도 오후에는 진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 희망은 덧없이 산산조각나고 오후 5시가 되어도 여자의 이름은 불릴 기미가 없다.

여자는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앉아있는 것이 고통스러워 서 있으면 조금 괜찮지만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걸까.

그저 이 모든 것이 가족을 버린 자신의 업보같아 이것또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다.

오후 8시, 드디어 여자의 이름이 호명된다.

여자는 마른 입으로 조그맣게 답한다.

의사는 사람이 많아 진료가 늦었다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여자는 지금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고 증상을 얘기한다.

누워서 여자의 통증부위를 살피던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의사를 보았다는 사실에 전보다는 안도가 되었다.

1시간여를 더 기다린 뒤 엑스레이를 찍는다.

오후 9시 반, 여자는 드디어 통증의 결과를 듣는다.

골반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여자가 의학용어를 몰라 이해를 못하니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

앉아있으면 많이 아프고 누워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덧붙인다.

많이 서 있는 것도 힘들 수 있다고 계속 휴식을 취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여자는 자신이 아픈 것보다 출근을 할 수 있는지가 더 걱정이 된다.

의사는 출근할 수 없을 것이며 자신이 소견서를 써 줄테니 이걸 제출하라고 이야기 한다.

이 소견서가 있으면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이며 위로해 준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여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자는 안다.

이 소견서는 자국민에게나 해당하는 일이지 한낱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하. 하늘도 무심하시지.'

여자는 한국말로 읖조린다.

한국으로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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