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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Oct 27. 2024

흐릿한 세상

음식점은 계속 바쁘다.

여자는 자동인형처럼 음식이 나오면 테이블에 갖다주고 다시 음식을 받으러 가고 갖다주고를 반복하고 있다.

가끔 사람들의 농담을 받아주고는 어김없이 음식을 가지러 간다.

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때때로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결심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여기에서 버텨야 한다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을 회피하고 담배에 의존하며 현실을 살아내는 중이다.

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지하철역에 가까워 질때까지 계속 피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날은 흐렸고 음식점은 바빴다.

여자는 일이 끝나고 김밥을 세알정도 먹고 음식점을 나와 골목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번 숨을 들이쉬는데 몸이 저릿저릿하며 눈앞이 흐릿흐릿했다.

담배를 끄고 벽을 잡았지만 소용없었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고 모든 것이 흐려지며 정신을 잃었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응급차를 불렀고 여자는 응급실로 실려갔다.

여자가 눈을 떴을 땐 조용한 병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 처럼 아팠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 누워 이게 무슨일인지 생각해 본다.

'분명 담배를 피우다가 어지러워서 벽을 잡았는데. 그 다음은 생각이 안나.'

차가운 병상에 누워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누구도 오지 않는다.

쑤시는 몸을 이끌고 직원에게 가보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그리고 1시간 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시 직원에게가서 치료 받지 않아도 괜찮으니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직원은 그렇게는 안된다며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밤 10시, 아직도 아무도 오지 않고 지쳐버렸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니 어떻게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직원은 그제서야 서류에 사인을 해야지만 갈 수 있다기에 사인하겠으니 집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도 1시간여를 더 기다리고 나서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의사는 왜 가야하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여자는 딱히 아픈 곳이 없으니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랑이를 하다가 여자는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다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진심을 담아 이야기 했더니 의사는 나중에 잘못되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

여자는 단숨에 서류를 작성하고 택시를 불렀다.

인생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내일 당장 출근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벌써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잠을 자지 못한 여자는 택시를 타자마자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우선 음식점 사장님에게 연락을 한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이런 일이 있어 휴가를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사장님에게 바로 답장이 온다.

그동안 묵묵히 열심히 일해서일까, 이틀의 휴가를 받았다.

여자는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지 '후-' 하고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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