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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Oct 27. 2024

한국행 비행기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하늘은 가는 날까지 회색빛 구름이 가득이다.

'가는 날까지 일관성있어서 좋네.' 여자는 말한다.

여자는 더 이상 이곳에 아쉬움을 가지고 싶지 않아 공항을 오는 내내 눈을 감고 왔다.

눈을 감고 좋은 일과 안 좋았던 일을 교차로 생각하며 이런 생각은 여기에서만 하고 한국으로 가져가지 말아야지 마음을 다잡았다.

공항 안으로 들어오자 여자는 이 곳에 처음 온 날을 떠올렸다.

생기발랄했던 모습이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기억이다.

모든 곳이 외국어라 아무것도 알아 듣지 못해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했었다.

지금도 많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들린다.

입구와 출구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외국인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자는 문득 자신이 꽤나 여기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에 잠시 놀랐다.

항공권 발권을 위해 카운터에 가니 한국인 직원이 상주해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한국어다, 여자는 생각한다.

한국어를 들으니 무언가 살짝의 안도감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국적기를 이용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익숙해졌다고 해도 외국은 늘 조금의 긴장을 가지고 살았음을 느낀다.

그런데 수화물을 올려 놓으니 무게가 초과가 되었다.

직원들은 초과요금을 설명하는데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여자는 고민하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 안에 있는 옷 중에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을 꺼내 쓰레기통에 넣는다.

좋은 패딩 이었지만 지금 여자에게 한국을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느것도 없다.

몇개의 옷을 버리고 다시 가져가도 또 무게가 초과다.

직원은 무게를 보더니 다른 사람과 무언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다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도움을 받아 가방을 내리려는 직원이 말한다.

'고객님, 그냥 올려주세요.'

'네? 초과 되었는데요.'

'초과분은 그냥 올려드릴게요. 추가금 안내셔도 돼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여자는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감사함이 일렁이며 가방을 올렸다.

그렇게 티켓을 발권하고 여자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스쳐지나간다.

타지의 생활이 이렇게 말도 안되게 급하게 끝날지 예상하지 못했다.

향수병으로 도저히 한국을 안가면 안되겠다 생각되어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저런 여자의 생각들은 모두 그저 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여자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기도한다.

'제발,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한국에서 좋은 일들만 있게 도와주세요.'

비행기는 그렇게 잿빛 하늘을 해치고 한국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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