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여생 Nov 03. 2024

파란 하늘과 빛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여자에게 무척 고된 시간이었다.
앉아있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부위가 아프고 그렇다고 계속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두운 비행기 안에서 여자는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렇게 계속 움직이니 배가 고팠 당연히 기내식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밤 비행기는 기내식이 없음을 처음 알게 되어버린 여자다.
비행시간 내내 쫄쫄 굶으며 물과 견과류만을 집어먹었다.
지옥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 점점 기내가 밝아오기 시작한다.
높은 상공에서 내려와 파란 하늘과 햇빛 가득한 도시가 눈에 보인다.
'아, 드디어.'
여자는 말로 설명 못할 감정에 휩싸인다.
안도감과 편안함이 몰려오다가 긴장과 불안이 한데 섞여 이상한 모양이 되어버린 느낌.
이제 외국에서의 긴장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다른 넘어야 할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도시들이 눈에 보이니 눈이 감긴다.
모든 것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리한 후 돌아왔다.
14시간 동안 계속 일어서서 돌아다니거나 화장실 근처에서 서성이며 잠을 한숨도 자지 못 피곤하다 살짝 잠이 드려는 그때,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질 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려 주시고..'
도착을 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물건을 챙겨 여자는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는다.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는 입국이지만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만으로도 여자는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커다란 이민 가방을 밀며 공항을 빠져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햇빛이 여자를 환영하듯 맞이.
'역시 한국이야.'
여자는 잠시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이 파란 하늘을 아주 많이 보고 싶었던 여자다.
한국이 매일 날씨가 좋아 모르고 살았는데 여자는 날씨에 꽤나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다.
햇빛 아래서 광합성을 하고 나니 기운이 나는지 파이팅을 한번 외치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방을 보러 갈 생각이다.
약속을 잡고 그 가격을 맞출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본 후에 택시에 오른다.
정말 비싸긴 하지만 몸이 성치 못하니 어쩔 수가 없다.
벤으로 된 택시를 타고 출발한다.
여자는 그 집이 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택시에 타자마자 다른 곳들도 계속 검색해 본다.
한국이라 그런지 인터넷도 엄청 빨라 답답함이 없다.
'역시 돌아오길 잘했어.'
속으로 여자는 생각했다.

이전 10화 한국행 비행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