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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by 김여생

친구가 내 피부에서 광이 난다고 한다.

화장품을 바꿨는지 묻는다.

회사를 그만둬서 그래.

아니 를 힘들게 하는 일과 사람이 없어서.

아니 힘들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의 남을 찾아내서.

아니 모든 것은 나의 마음속에서 만든 것임을 알게 돼서.

아니 그 마음이 내 안의 불안과 외로움로 시작됨을 깨달아서.

아니 이제 외롭거나 불안하지 않아서 그저 모든 게 감사해서 그래.

이 모든 걸 말할 수 없기에,

'스트레스가 0이야!'이 한마디로 대신했다.

친구는 끄덕이며 '좋아 보여서 다행이야.' 말한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저 웃는다.

하지만 이젠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밖에 없어서 깔깔린다.

나는 나의 지옥을 찾았고 대면했고 치열하게 싸웠고 오해를 풀고 안아주었다.

자그마한 오해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쌓이고 쌓여 본질은 사라지고 알맹이 없는 것에 좌절과 무기력함으로 대응조차 할 수 없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밤들을 안쓰러이 생각하며.

그런 추억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 감사하고 있다.

아직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이 많기에.

끝내고 평화를 찾은 난 아주 운이 좋은, 그저 매일 감사하는 삶을 사는 한 사람이다.

정말 잘했다고 나를 칭찬해 줘야지.

그리고 아직도 치열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지.

너무 아프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어둠 속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겠지만 그것은 동이 트기 전 제일 어두운 새벽임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밖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펄럭이며 마지막 매미가 힘을 쥐어짜고 있다.


야너두? 야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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