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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by 김여생

나이가 든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자아가 커지고 고집도 생기며 무엇보다 보수적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 마음이 편안한 것을 더 찾고 있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횟수가 늘고있다.

요즘 부쩍 얼굴과 표정에 신경이 쓰인다.

40대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데,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세심하게 잘 관찰해 본다.

웃을 때는 어떤 얼굴을 하는지 나의 주름은 어느 곳에 제일 많은지.

그래도 다행인 게 노안이라 좀 더디게 늙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살에도 어느 회사를 다니냐는 질문을 꽤 받아왔던 터라 서운한 적이 있었는데,

어른들은 늙으면 장점이라 생각하게 될 거라면서 괜찮다고 위로했다.

그 말을 잊고 살다가 요즘 들어 느끼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내일모레 불혹 같지 않다야.'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해본다.

거울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사람들 얼굴에 살아온 세월과 마음가짐이 나타나는게, 궁금해져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럴 때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신기하네 하면서.

그래도 나름 명랑하게 살았나 보다.

웃는 게 어색하지 않은 거 보니.

수영 가기 전날엔 꼭 목욕을 하고 가기에 목욕 후 한참 동안 거울을 요리조리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예전에 40이라는 숫자가 아득하게 느껴졌는데 막상 코 앞에 다가오니 벌써?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30대의 시간은 빠르다.

10대에는 구부정하게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이었는데 20대에는 자세를 딱 잡고 정확하고 경쾌하게 걷는 느낌이었고

30대는 가볍게 러닝을 하는데 익숙해지니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다.

40대가 되면 더 빨라지려나.

나는 40이 넘어서도 이렇게 변덕을 부리며 행복과 불행을 오며가며 살아가겠지?

하는데 살짝 기분이 멜랑꼴리 해진다.


그럼 지금 해야 될 건 뭐다?

30대의 불금을 즐겨야지.

당장 나가자 불금 워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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