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환절기의 시작이다.
낮에는 따스하다 못해 살짝은 따가운 햇빛이,
밤에는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차가운 공기가 번갈아가며 오고 있다.
나는 환절기에 취약한 사람으로 특히 온도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오죽하면 한의원 선생님이 따뜻한 나라 가서 살 생각 없냐고 한 적도 있다.
나도 일 년 내내 따뜻한 나라가 좋지만 시시때때로 바뀌는 한국이 더 좋아 떠나질 못하고 있다.
온도가 급작스럽게 변하니 바로 감기가 오고 피부에 발진이 일어난다.
전기매트는 아직 이른 것 같아 꺼내지 않았더니 새벽 한기에 새우등이 되는 줄 알았다.
(고양이를 위해 베란다 문을 항상 살짝 열어두는데 새벽에 그 한기가 전신을 타고 올라오더니 감기에 걸렸다.)
피부에 난 발진을 보냐고 거울 앞에 섰는데 이제 또 추운 계절이 다가옴을 여실히 느낀다.
'아 이제 매일 화장하고 다녀야 하네 이런.'
더울 때는 화장을 잘 안 하는데 추워지면 꼭 화장을 해야 한다.
피부가 얇아서 온도가 내려가면 핏줄이 다 보여 얼굴이 괴상망측해진다.
(온도가 올라가 더울 때는 핏줄도 잘 안 보이고 얼굴 톤도 균일해진다. 정말 이상시럽다.)
난 벌써 극세사 잠옷을 꺼내 입었고 항상 목에 손수건을, 두툼한 카디건도 옆에 놓여있다.
유난이다 싶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안 하면 한 달에 몸살을 3번도 더 걸릴 수 있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으나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나의 체질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운동도 해보고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술도 더 마셔보고 그랬던 기억이.
(수족냉증에 좋다 하여 자연산 붕어를 구해 붕어즙까지 먹어본 적이 있다.
와, 내가 먹은 한약중에 최고로 먹기 힘들었다.
한약 맛과 생선 비린 맛의 5:5 콜라보.
정말 오오오오오엑.
그런데 효과는 정말 탁월해서 그 해 겨울엔 손과 발이 시리지 않았다는. 하지만 다신 먹지 못해 그건 못하는 거야..)
별의별 걸 해봤는데 체질은 잘 바뀌지 않아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이 몸으로 계속 살아야 하는데 맞춰줘야지.'
그때부터 몸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 몸이 편안해하는 온도를 항상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차가운 바람이 코로 많이 들어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목감기 초기 증상이 오므로 마스크도 꼭꼭 끼고 다니고 집에는 쌍화탕이 한 박스씩 놓여 있다.
처음에 정말 귀찮았는데 하다 보니 컨디션이 계속 유지됨에 아프질 않으니 이제는 뭐 알아서 척척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애매한 환절기에는 꼭 한 번씩 앓고 지나가지만,
아 계절이 바뀌었군! 바로 알 수 있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아파서 골골대다가 조금 살만하니 또 감사해지면서 생각이 긍정적이 된 오늘이다.
그래도 큰 병이 아닌 게 어디야.
항상 자잘하게 아픈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조금 더 조심해야겠지만 기대도 된다.
이제 붕어빵 땅콩빵 호떡이 나오겠지?
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댓국도 한 그릇 사악.
길거리에 서서 떡볶이에 어묵 국물도 좋다아-
아 겨울엔 냉면인데! 평양냉면 먹어야지.
입가에 웃음이 가득 번진다.
추위야 와라! 나 준비 단단히 할 테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