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에 있는 약령 시장에 왔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생각해 보니 약령 시장을 방문해 본 적이 없다.
한약재료를 살 일이 없으니.
그래서 근처에 온 김에 시간이 살짝 남아 한 바퀴 스윽 돌아보기로 한다.
우선 역에서 올라왔는데.
뭔 사람이 이렇게 많아? 오늘 월요일인데?
복작복작하다.
처음 와봐서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 그냥 무작정 걸어본다.
샛길을 걷는데 한약 달이는 냄새가 솔솔 난다.
아 한의원 온 기분. 좋다아.
기분이 좋아 오홍홍거리며 걷는데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왠지 다 맛있을 것 같은 기분.
소머리국밥도 맛있어 보이고 갈비는 밖에서 3명이 타닥타닥 굽고 있다.
차돌된장찌개도 맛있어 보이는데 7천 원이라니.
이 동네 왠지 좋은 걸.
약속이 있어 식사를 못했는데 다음에 와서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냥 오기 정말 아쉬웠다.
밖에 상판 하나 딱 내놓고 테이크아웃 커피 2천 원! 써놓은 집도 정감 가고 좋았다.
가다 보니 약령 시장 거리로 흘러들어갔다.
여기저기 약을 달이는 향으로 거리가 가득하다.
'와 이런 곳을 처음 와보다니.'
여러 가지 약재가 늘어서 있고 국내산 엄나무도 있다.
(아버지가 담금술을 좋아해서 엄나무술 담근다고 같이 산에 오른 기억이 있다. 먹지는 않고 만들고 바라보는 것만 좋아하셨는데 내가 맛있겠다며 야금야금 먹을 때마다 아련한 눈빛 가득이셨던.)
와 여러 약재를 한 군데서 다 볼 수 있다니.
생각보다 더 재밌고 흥미롭다.
약재를 구매하는 외국인들도 보인다.
(주말엔 외국인들도 많이 찾을 것 같다.)
어머니들이 이것저것 팜플렛도 나눠주시는데 다 건강 관련 홍보책자들이다.
건강 사주를 본다든지 쑥뜸에 혈압에, 건강 관심 많은 사람들은 혹할 것 같다.
중간중간 한의원들도 있는데 침과 마사지도 많이 받으러 오시는 것 같다.
그냥 한 바퀴 돌아보기엔 꽤나 아쉬운 거리였다.
한약재료만 판매하는줄 알았던 곳인데 꽤나 볼거리가 다채롭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있는데 한의약박물관도 있고 그안에 약초족욕도 할 수있다. 장금이 옷도 입을 수 있다고 하던데. 입어보고 싶다!)
십전대보차도 마시고 싶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발을 돌렸다.
나왔는데 저기엔 탁자를 놓고 바둑과 장기를 두시는 어르신들이 모여있다.
'저것도 구경하고 싶어!'
(바둑은 진짜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제기동. 아주 재기 발랄한 동네다.
그래서 제기동인가? 껄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