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나고 재미있는 민화 수업 날이다.
용품을 챙겨 가방을 메고 가을을 만끽하며 출발했다.
분명히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
라랄라 하며 시간도 안 보고 걸었더니 나중엔 촉박해서 마구 뛰어갔다.
헉헉거리며 교실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복작복작하다.
뭐지? 모르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잘못 들어왔나 싶었는데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시끄러워서 다들 듣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왕언니만이 인사를 받아주셨다.
'오늘 4분기 첫 수업이라 신규 학생이 많네.
근데 사람이 갑자기 많아져서 살짝 정신이 없어.'
'그렇네요. 저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다시 나갈뻔했잖아요. 흐흐흐.'
(우리 수업은 10명으로 적은 인원이었는데 오늘 한 7명 정도가 신입생으로 들어왔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니 조용하던 교실이 왁자지껄해졌다.)
다른 언니들은 나를 발견하고는 언제 왔냐면서 오늘도 서로 얼만큼 그렸는지 그린 그림들을 서로 칭찬해주는 걸로 시작을 했다.
간단한(?) 칭찬과 대화를 마치고 물을 떠오고 용품들을 정렬해 본다.
선생님은 신입생들에게 기초를 가르치며 한 명씩 봐주시고 여기저기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교실처럼 되어있는 곳에서 수업을 하는데 다 앞을 보고 있으니 얼굴이 안 보인다.
다들 처음이라 용품이 아무것도 없어 이것저것 마련해 주느라 총무님도 계속 바쁘다.
(주민센터 수업이라 1년에 3개월 단위로 1,2,3,4 분기가 있다.)
나도 선생님께 질문이 엄청 많지만 왠지 내 차례가 오려 면 엄청 먼 것 같아서 그리던 것을 마저 그려본다.
그 사이 신입생분들이 내가 그린 그림을 이리저리 들춰보며 구경했다고 한다.
사람 수에 비해 책상이 많아 자리가 넉넉해 뒷자리에 놓았더니 다들 보았나 보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갔다고 하던데.
처음에 배우는 호랑이 그림 완성본이 있어서 그걸 찍어갔나 보다.
(제발 확대해서 보지 말아 주세요. 초보 살려!)
집중하고 있을 땐 뭘 해도 잘 안 보이고 안 들려서 몰랐다.
잘하는 언니들 그림 찍어가시지 흑흑.
(그림 그리느라 새로 온 사람들 얼굴을 못 봤는데 나중에 보니 나는 이번에도 막내 확정이다 하하!)
그림 그리다가 자꾸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눈치를 사악 보다가 뭔가 될 것 같을 때 얼른 선생님께 뛰어간다.
'선생님 저도 봐주세요!'
선생님은 나의 문제를 바로 고치고 잡아주셨다.
그리고 곧 다른 사람의 호출에 금방 떠나셨다.
그렇게 몇 번 하니 2시간이 훌쩍이다.
우리 뒤에 다른 수업이 없어 조금 더 하고 가도 되는데 난 어김없이 제일 늦게 나가는 편이다.
초보라서 배울게 많다.
시끄러운지 잘 몰랐는데 신입생분들이 다 나가니 갑자기 고요해진다.
'아 고요하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으니 옆에 왕언니가 웃으신다.
'그렇지? 오늘은 조금 정신없었지?'
'네. 그릴 때는 몰랐는데, 고요해지니 좋네요.'
'그러게. 우리 수업도 이제 시끌벅적해지려나.'
'그래도 그림 그릴 때는 적막이 흐르지 않을까요?'
'그렇지. 사람이 몇이 되어도 그림 그릴 때는 적막 일 거야.'
소곤대며 웃으니 무슨 얘기 중이냐며 한 명씩 다가온다.
이곳은 항상 따뜻하다.
고요하던 시끄럽던 계속 따뜻할 것이다.
날이 추워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지만 마음만은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