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정말 중요하다.
나같이 이곳저곳 쑤시는 사람은 잠을 잘 자야 한다.
예전엔 몰랐는데 가끔씩 변덕 상자가 열리는 것이 나의 수면과 많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집에 있으면서 낮잠도 자고 밤잠도 자니 마음이 훨씬 여유롭다.
그런데 환절기라 요즘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아 또 가을 타나 봐.'
며칠째 잠을 깊게 못 자서 어제 맥주 한 캔을 마셔봤지만 기분만 좋아지고 술이 다 깰 때까지 잠에 쉬이 들지 못했다.
오늘은 커피도 마시지 말고 밥도 세끼 다 먹어봐야지.
(보통 하루에 한 끼에서 두 끼만 먹는 편이다.)
잠을 못 자니 또 마이너스의 손이 된다.
우당탕탕탕-
'그래 다 부시자. 다 부숴버려라.'
텀블러도 손에서 놓치고 그릇도 놓치고 빨래건조대도 망가트렸다.
이런.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지.
얌전히 앉아서 책을 읽어보는데..
집중이 될 리가 없다.
'정신이 부산스러!'
어헝헝 잠이 오게 해주세요.
점심을 일부러 잔뜩 먹고 간식까지 먹어준다.
그리고 따뜻한 차와 함께 명상음악도 들어준다.
비타민도 왕창 먹어주고.
그리고 조용히 책을 읽으니 조금씩 소올솔 잠이 온다.
갑자기 움직이거나 그러면 깨니까 눈만 살짝 감아주니 잠이 들었다.
중간중간 고양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긴 했는데 또 고양이의 체온이 닿으니 참 따뜻해서 함께 오후의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기분 좋게 눈을 뜨니 고양이가 옆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왜? 배고파?' 하니,
소리 내지 않지만 어디선가 '응.'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앉으니 너무 깊게 잠들었었는지 살짝의 두통이 있다.
'아 근데 자고 나니 행복하잖아-!'
기분이 좋아졌다.
손가락에 힘도 돌아온 것 같아.
근데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아니 무슨 갓난쟁이도 아니고.'
나를 재우기 위해 밥 먹고 간식 먹고 잠들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낮잠을 잔 게 갑자기 웃겼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나를 정성스럽게 대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자고 나니 또 세상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졌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