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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by 김여생

어제 조금 움직였다고 몸이 난리다.
환절기는 언제나 쉽지 않은 계절이다.
운동량을 늘리고 싶어도 쉬이 늘리지 못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늘 산에 가서 따뜻한 차에 쿠키를 먹으며 책을 완독하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에헤이 나가리다 이거예요.
아 참. 오늘은 한글날이다.
죄송해요 세종대왕님.
나가리라니 아주 속된 단어였네요.
참으로 어리석은 백성입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드신 한글.
쓸 때마다 그 마음이 혁혁하게 느껴집니다.
어찌도 이리 쓰임새가 다양하고 이리 변화해도 저리 변화해도 감정이 전해지니 사랑이 모든 글자 하나하나에 들어있음을 느낍니다.
감사함을 느끼며 한글날을 기념하여 순우리말 단어를 찾아보아야겠다.
안 쓰고 잘 모르는 순우리말 시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국립 한글 박물관 홈페이지에 도 들어가 보고 순우리말 검색도 해본다.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우리말 사전)도 이용해 보면 좋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많다.

까치밥 - 까치와 같은 날짐승이 먹으라고 두는 몇 개의 감.
(시골은 맨 위에 달려있는 몇 개의 감은 일부러 따지 않고 남겨둔다.
겨울에 논에도 일부러 곡식을 흩뿌려놓기도 한다.
먹을 걸 구하기 어려운 계절이니.
조상님들이 이렇게 정이 많으시다 정말.)
보늬 - 밤이나 도토리의 속껍질.(이것도 꽤 들어봤다.
지천이 밤과 도토리라 안 들어볼 수 없는 단어다.)
똘기 - 채 익지 않은 과일.
망고하다 - 어떤 것이 마지막이 되어 끝판에 이른다.
매실매실하다 - 되바라지고 약삭빨라 얄밉다.
살강살강 - 설익은 곡식이나 과일이 가볍게 씹히는 소리.
큰돌찬 - 바위처럼 꽉 찬 사람.
푸르미르 - 청룡.
다온 - 모든 좋은 일이 다 오기를 바라는.
물비늘 - 잔잔한 물결이 햇살 따위에 비치는 모양.
(윤슬은 알고 있었는데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의미다. 단어가 정말 예쁘다.)

아름다운 단어들이 정말 많다.
찾아보면 엄청 많은 단어가 나오는데 아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리고 순우리말은 옹골차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발음의 단어가 많은 것 같다.
푸르미르처럼 큰돌찬되어 다온하고 지금 하는 일이 망고하기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사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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