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에 꽃을 배달합니다.

내가 받은 팁은 누군가의 하루치 희망이다.

by Miyuki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르바이트로 꽃을 배달한다. 가장 한가한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3시 사이, 주로 가까운 동네에 모여 있는 예닐곱 집 정도를 돌며 꽃을 전한다.


무언가에 나를 맞추는 일보다,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하루를 쓰는 게 더 잘 맞기에 이 일이 마음에 든다. 누구의 간섭 없이, 꽃을 싣고 내가 정한 루트대로 도는 이 시간이 자유롭다. 운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차량 정체도 없는 시간이라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여유롭게 달리는 이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한다.


꽃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일이나 기념일이거나, 혹은 몸이 아플 때다. 그런 날, 예상치 못하게 꽃을 받으면 누구든 미소를 짓기 마련이다. 때로는 아이처럼 들뜬 얼굴로 내게 감동을 표현하기도 한다. 꽃을 받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 기분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져서 나 역시 괜히 행복해진다.


그런 순간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전한 이 꽃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사실 자체로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 따수워지는 증거일테니.


특히 아픈 이들에게는, 누군가 자신을 잊지 않고 걱정해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나에게 꽃을 받고 글썽이는 얼굴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일은 단순한 아르바이트 이상으로 나 개인에게도 소소한 기쁨이기도 하다.


가끔 내가 전한 꽃과 서비스에 감동을 느낀 손님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나에게 팁을 건네기도 한다. 나는 이미 충분한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기에 그 팁은 마치 뜻밖의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현금으로 받은 팁은 따로 고이 넣어두곤 한다. 언젠가 다시 ‘환원’할 상황이 생기면, 이 돈을 좋은 곳에 써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어느 날, 꽃을 배달하던 중 신호에 걸려서 잠시 차가 정차해 있었다. 차선 사이 연석에서 한 홈리스가 내 차 가까이로 다가왔다. ‘돈을 달라는 걸까’ 싶어 창문을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었는데, 뜻밖에 그는 청소 도구를 꺼내더니 내 차 앞유리를 재빠르게 닦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리고 꽤 깔끔하게.


며칠째 새똥이 묻어 거슬렸던 그 유리를, 그는 정확히 닦아낸 것이다. 그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 나는 내가 오늘 받은 팁을 떠올렸다. 나는 재빨리 지갑에서 그 현금을 꺼내 그에게 건네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말했다. 그는 진심이 가득 담긴 고맙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God bless you.”


몇 달러 안 되는 돈이었지만, 그 짧은 인사가 나를 뭉클하게 했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감사의 표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지는 일. 그것이 마음을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사실, 누군가는 그를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미끄러질 수 있고, 어느 순간 삶이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이고, 때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의 행동이 ‘처량함’이 아닌 ‘의지’로 보였다. 다만, 지금은 조금 덜 준비된 시간일 뿐, 그 역시 언젠가는 자기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래서 작은 몸짓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그의 태도에 내 마음이 움직인 것이었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그저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하려는 그 의지에 마음이 갔다.


며칠 뒤, 또 한 번의 배달에서 나는 또다시 꽃을 받아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손님에게 팁을 받았다. 그 역시 웃으며 내게 고마움을 표현했고, 나는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워서 행복했다. 받은 그 현금은 다시 조용히 지갑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또 한 번 생각했다.


‘이 돈도 누군가에게 잘 쓰이게 하자.’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그날과 똑같은 자리, 똑같은 신호등 앞에서 역시나 며칠 전 본 홈리스를 다시 만났다. 그는 이번에도 내 차의 유리창을 날쌔고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고, 나는 그 손길이 고마워 내가 받은 팁을 그에게 다시 건넸다. 그는 또다시 진실한 미소를 담아 웃으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God bless you.”


나는 그에게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래요. God bless you.”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작은 돈이, 그날따라 축복처럼 느껴졌다. 엑스트라처럼 건네는 그 돈이, 누군가에겐 하루의 희망이 되었고, 또 그 희망은 나에게 따뜻한 축복의 말로 되돌아왔다.


그가 이 사회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잘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조금씩 기반을 닦아가며 언젠가는 자신에게 맞는 길을 걷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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