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인버터라 샀는데 왜 이 모양 이 꼴이냐고.
순서대로 4월 7월 그리고 마지막 8월의 전기요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싶어서 기록을 남긴다. 지금 시간 새벽 2시, 이 새벽에 강아지들은 울분에 가득 차 왕왕 짖어대고 나도 화났다. 열났다. 뿔났다!
나는 일인가구다. 딸린 강아지 두 마리가 있어서 3명이서 복작복작 살아가고 있다. 강아지들이 더위를 많이 타고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여름엔 더위 먹어 병원 보낼 돈으로 나도 시원하게 보내고 강아지들도 시원하게 보내자 싶어서 에어컨은 23도 맞춰서 아낌없이 틀어 댔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거실엔 어항이 없었고, 올해 2월에 어항을 들여 히터에 조명에 기포기에 아낌없이 펑펑 틀었어도 전기요금은 3만 원이 안 넘어갔다. 어항을 설치한 위치가 벽걸이 에어컨 밑이고, 거실생활 하면서 에어컨을 틀어대면 수온도 내려가고 수온이 내려가면 히터는 계속 켜질 거고 히터 돌아가는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어쩌나 싶기도 했다.
하필 집의 위치가 옆집 주방과 우리 집 거실 베란다가 마주 보고 있고 거리는 한 3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내 프라이버시도 없었찌만, 냉난방비 무서워 거실 생활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 무슨 짓인가 싶어 고민을 하다 안방에 창문형 에어컨 한대를 비상금을 쪼개 설치했다. 그것도 1등급 듀얼인버터라는 제품으로.
어항이 미치는 영향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봐도 34 kWh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결국 넉넉잡아 어항이 먹고 있는 전기는 40 kWh라고 치고. 그래도 에어컨이 벽걸이 정속형에 비해 두 배가까이 전기를 먹어버린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벽걸이 에어컨은 올여름 들어 한 번도 틀지 않았고, 안방 창문형 에어컨은 높게 틀지도 않았다. 딱 25도 고정에 선풍기 한대로 올여름을 견뎠다. 듀얼인버터만 믿고 있다가 난 배신당했다. 엄청난 전기요금 폭탄으로 말이다.
사건의 발단 - 다들 전기요금 확인해 보셨나요?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올여름 전기요금 폭탄 맞았다며 여기저기서 글이 올라왔다. 그만큼 올여름이 더웠단 말이겠지. 그래도 나는 나름 든든했다.
저번달은 내가 냉동실 문이 꽉 닫힌 걸 확인했어야 했는데 문이 슬쩍 닫힌 거만 보고 출근했다 집에 들어오니 문은 휘 열려 있고 냉동실에 있는 식품은 다 녹아 나자빠진 걸 보고 이번달 요금 폭탄 맞겠네 싶었다. 역시나 폭탄으로 돌아왔고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냈다. 나는 이게 저 웬수덩어리 때문인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듀얼인버터니 작년보단 덜 나오겠지. 듀얼인버터고 매일 정속형 23도씩 고정해서 하루종일 틀어도 6만 원이 안 넘었는데, 설마 폭탄 맞았겠어? 저번달엔 6만 9천 원 냈으니까 이번달엔 돈값하겠지. 한 6만 5천 원 나오려나? 기대반 설렘반. 설마설마했다. 그리고 그 설마가 확신으로 돌아온 순간 짜증이 났다.
내가 쓴 거라고? 이게 진짜? 듀얼인버터라며? 무슨 배신당한 기분까지 든다. 우리 집 거실에 매달려 있는 벽걸이 에어컨은 정속형 5등급인데, 안방에서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건 듀얼인버터 1등급이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인가.
짜증이 확났고 내가 저 에어컨에 리모컨을 잘 못 만져 놔서 계속 터보로 돌아간 게 아닐까 싶어서 리모컨을 찾는데 또 하필 에어컨 리모컨은 보이지도 않고, 집안 이곳저곳을 탐색하느라 온 집은 전쟁터가 따로 없고, 강아지들은 여기 뛰고 저기 뛰고 내가 여기 쑤석거리면 저기로 도망가고 저기 쑤석거리면 여기로 도망가고 하도 여기저기 쫓아다니길래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강아지들한테 화풀이나 펑펑 해댔다. 리모컨 어디 갔냐고.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조금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찾으면 될걸, 에어컨 위에 떡하니 얹어놨으면서 괜히 강아지들한테 화풀이나 펑펑 해대고 머쓱해진다. 씩씩거리며 봐도 나는 에어컨 온도도 25도 이상 넘어가게 설정해놓지도 않았다. 사기당한 느낌마저도 든다. 아니 듀얼인버터래매요! 1등급이라면서요! 이거 이렇게 폭탄 나올 거면 무서워서 에어컨 틀겠습니까?
누나야가 미안해
괜히 잘 자고 있는 강아지들 깨워서 화풀이했다. 내일 병원가야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자고 있다가 누나한테 화풀이나 당하고 내심 억울한지 강아지 두 마리 서로 이놈이 멍 하면 저놈이 멍 하고 저놈이 멍하면 또 이놈이 멍하고 왔다 갔다 멍멍 거려 아구 미안해 아구 미안해.
진짜 말그대로 펑펑 틀고 지내왔음 덜 억울할텐데, 이렇게나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버리니 안방생활도 다시 또 생각해봐야 할거 같다. 거실로 다 옮겨 놓은 살림살이를 또 다 잡아 꺼내서 또 거실로 이동을 해야 하나 중대한 갈림길 위에 서있다.
내가 쓴거라 더 이상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듀얼인버터라며 전기요금 폭삭 주저 앉을거처럼 하더니 결국 폭탄으로 돌아온건 배신감 굉장히 많이 느껴진다. 쓸데없는 소비같고, 내가 뭔짓을 한건가 또 돈버렸네 싶다. 조만간 저 안방에 있는 에어컨은 당근을 보내버리던가, 사용여부를 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될거 같다. 이래도 저래도 사기당한 기분은 어쩔수 없다.
인버터래매요! 그것도 듀얼인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