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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23. 2024
강아지 두 마리가 없을 며칠
슬개골 탈구, 그리고 수술.
나는 치킨을 먹을 때도 다리는 안 먹는다. 어릴 때 아버지가 통닭 두 마리 사 오시면 그중에 다리 하나는 아버지차지, 다리 두 개는 아들내미 둘 차지, 다리 하나는 장녀가 잘되어야지 집안이 잘된다며 언니차지. 나는 결국 퍽퍽 살이나 뜯던가 아니면 목이나 뜯던가.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 치킨 시키면 다리 두 개만 오롯이 남는다. 막상 먹어보니 맛도 없거니와, 그냥 애초에 먹어보질 않았으니 그냥 흥미도 없다. 그래도 내 거는 아니라 욕심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끝없이 욕망했던 닭다리.
우리 강아지들에게도 그런 닭다리 같은 게 두 개씩 있다. 토실토실 붙은 허벅지살과 쭉 뻗은 뒷다리. 귀엽고 이쁘다. 그래서 장난도 칠 겸, 누워있으면 그 다리 하나를 두 손으로 붙잡고 우리 강아지 다리 왜 이리 맛있게 생겼지? 누나가 좀 먹어도 되나? 하면서 냠냠하는 흉내를 내면 질겁을 하면서 다리를 빼냈다. 끝없이 욕망했던 그 닭다리들과 비슷한 무언가였다.
언제부턴가 그런 장난을 치면 문득 굉장히 사나워지거나 심지어 입질을 해서 피를 보는 경우도 생겼다. 특히 어제일이었다.
그저께 밤에 강아지 한 마리를 끌어안고 강아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다. 콩닥콩닥 강아지 심장 뛰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강아지 가슴에 얼굴을 대고 좀 비벼보려는데, 내 움직임이 자기 다리를 좀 건들었나 보지. 순간 벌떡 일어나 내 코를 물어 버리는데, 나 새벽에 코 날아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갑자기 버둥거리면서 다리를 못쓰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세상에나!
살살 달래고 얼러 못 움직이는 다리를 살살 손으로 만져 보니, 뭐가 툭! 하고 들어가는데 아. 그것이었다. 슬개골 탈구. 그때부터 내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괜찮은 병원은 어딘지. 집에서 가까운 곳은 어딘지.
아픈 걸 호소하는 강아지는 B인데, 혹시나 싶어서 두 마리를 다 데리고 병원에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르고 골라 남자친구 직장 근처의 병원으로 진료를 갔고, 강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 A는 양측 3기, 한 마리 B는 한쪽 2기 한쪽 3기 진단을 받았다.
처음 올 때부터 강아지들이 약간의 슬개골 탈구 증상이 있었다. 우리 강아지 한 마리 A는 전직 파양견이었다. 동거하던 커플이 강아지를 키우다, 헤어지면서 못 키우겠으니 네 X버 카페에 파양글을 올린걸, 내가 업어왔다. 그리고 중성화 수술도 하고, 동물등록도 하고 그렇게 나랑 함께한 지 5년 차.
강아지는 치와와인데 올 때부터 슬개골 탈구 2기였었다. 초록입홍합 오일이 관절에 좋다고 그래서, 나도 30만 원짜리 영양제는 못 먹는데 그런 관절영양제도 직구해서 사 먹여 보고, 안 아플 순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수술을 늦춰보고 싶어서 바닥에 매트도 깔고, 웬만하면 맨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웬만하면 웬만하면.. 이러면서 최대한 최대한 그 상황을 늦춰 보고 싶어서 나름 노력했다. 강아지는 어느덧 7살이 되었고, 중장년의 나이에 이제 아플 때도 되었다 싶다.
또 다른 강아지는 포 X핸드에서 업어온 강아지였다. 그 강아지는 부천에 있는 보호소에서 업어온 강아지다. 이 강아지는 포메라니안인데, 추운 겨울날, 누가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유기하고 간 건지 미용을 하고 털이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치석관리도 아무것도 안되어있고 발바닥 패드는 오줌에 절었었는지 거칠거칠하고 갈라져있기도 했고, 부드러운 털대신 뻣뻣한 돼지털 같은 말 그대로 털뭉탱이 초라한 강아지, 이 강아지도 애초에 슬개골 2기~3기 정도 진단을 받아 왔었다. 그리고 이 강아지를 받아 안고 내가 이 강아지 평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었다.
중성화수술도 하고, 치석관리도 하고. 거기다 매일매일 사랑으로 보살폈다. 유난히도 미용을 다녀오면 사나워져서 삐뚤빼뚤 셀프미용 때문에 바보 같은 이미지가 더해진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사랑이었다. A강아지와 마찬가지로, 비싼 30만 원짜리 관절영양제도 먹고 아이X브에서 좋다는 영양제도 갖다 먹이고.
부유하진 않더라도 불행하지만은 않게. 그렇게 우리 셋이서 살자고 약속도했다.
그 강아지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B강아지는 내일 오후 2시, A강아지는 모레 오전. 이렇게 수술날짜를 받아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누나는 절대 너희들을 버리지 않는다고 울고 불고 설명해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마지막으로 얼굴 보고 입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동물병원 간호사 누나에게 안겨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있는 강아지 표정이 내심 눈에 밟혀 오는 길에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만 같았다.
텅 빈 집에 혼자 들어와 가만히 앉아있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우리 강아지 대결이라도 하듯 누나에게 총총총 다가와 당연한 듯 누나 고정석인 무릎에 착 앉아서 현관문만 쫑가 보고 있는 그 모습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건강하게 보자 누나 사랑둥이들. 어제 누나가 화내서 미안해. 잘 견디고 있어야 해. 누나가 꼭 데리러 갈게.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 말 잘 듣고 맘마 잘 먹고 있어라. 누나가 꼭 데리러 갈게. 아프지 말고 잘 견디고 있어야 해. 내일 맘마 주러 갈게. 잘 견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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