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종말>을 거친 토양에 일이라는 씨앗을 뿌리다
완독일기라고는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다루지는 못합니다. 몇 달에 걸쳐 읽은 책이다 보니 제가 기억에 남고 꽂히는 부분을 위주로 리뷰를 작성하기 때문입니다. 그 점, 양해 바랍니다. 더위가 조금씩 가셔 가고 있는 입추에 제 방구석에서 끄집어 내 먼지를 후후 털어내고 다 읽은 세 번째 책, <직업의 종말>입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핵심 메시지는 단호하고 짧습니다. 이걸 다양한 방면에서 다루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제가 뇌리에 깊숙하게 박혔던 결론들을 추려서 제 사례에 접목시켜 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암 그렇고말고와 같은 혼잣말을 몇 번이나 한 지 몰라요.
첫째, 제 존재가 강력하게 영향을 행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회사 다닐 때 그랬습니다. 회사의 업태 자체가 B2B 구매 아웃소싱입니다. 이미 계약이 성사된 고객사가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등록부터 배송까지 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저희 담당자들이 대행해 줍니다. 이 책에서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철저하게 알고리즘적 일입니다. 이는 곧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대체해도 충분히 회사가 굴러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허리를 다쳐서 회사를 비운 두 달간이 그랬고, 퇴사 이후에도 들리는 소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대체 불가 자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나만의 전문성을 쌓아 업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도 의미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커리어를 쌓더라도 기존 선배들이 밟아 왔던 행적 중에 반드시 겹치는 부분이 나옵니다. 고로 내가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발버둥을 쳐도 이미 기존에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판에서 인정받는 것은 독창성이나 차별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 일은 얘기가 다릅니다. 일례로 오늘 오전에 LH 청년인턴 글을 의뢰받았습니다. 총 1300자나 되는 글, 저 정확히 1시간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글의 퀄리티가 구렸냐?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뢰하신 분은 마술이란 총평을 남기고는 만족해 하며 자리를 뜨셨습니다. 현재 제 글쓰기가 이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너무 흐뭇합니다. 게다가 글쓰기를 잘 하고 싶은 친구들이 제 주변에 모입니다. 카페를 만들었고, 카페에서 강의/방송도 공지할 뿐만 아니라 글쓰기 이벤트도 열며 플랫폼으로서 다채로운 색깔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불가 강력한 콘텐츠는 제 아이덴티티를 구체화시켰고, 이로 인해 파생된 제 그룹은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이런 휴리스틱한 일을 하는 지금이 매우매우 행복합니다.
둘째, 제 일이 누군가에게 분명한 의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책 말미에 '의미'를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의미란 단어가 굉장히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 정의를 굳이 내리자면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 혹은 그 무언가로 인해 받는 충격 정도로 해 두고 싶네요. 저에게 글을 의뢰한 친구들에게 저는 굉장히 필요한 존재라고 확신합니다. 자기소개서란 것도 엄연히 글인데, 대부분의 취준생 친구들이 살면서 글다운 글을 써 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것에 부담감을 느낍니다. 고민의 시간만 지속되다가 제출 기한에 허덕이며 글을 대충 써서 냅니다. 저는 그들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험을 캐냅니다. 삶의 비전이나 좌우명을 다 듣고, 그런 좌우명을 기준으로 선택한 내 삶의 흔적을 돌아보죠. 비단 전문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험 정리가 아니라 의뢰인이 그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조금 명확한 답을 내려 줍니다. 그리고 자소서를 쓰니 일사천리로 써 내려가죠. 또 하나 더, 제가 만들어 주는 자소서로 인해 단순히 입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 가야 좀 더 영양가 있을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글쓰기를 도와 주다 보니 감히 저는 그들에게 '의미'를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저에게 보완할 점이 무엇인가를 던져 주었습니다. 창업 비용이 예전에 비해 훨씬 저렴해졌고, 여러 가지 툴들을 활용하기만 하면 하루만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온 여러 가지 성공한 비즈니스의 사례를 보면 창업자들이 간단하게라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고객들을 맞이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제 여자친구가 저를 평하긴 했지만 저는 한 가지를 특출나게 잘 합니다. 그것은 글쓰기입니다. 논리정연하면서 감정을 건드리고, 그러면서도 약간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을 곧잘 써내려갑니다. 저와 강사 계약을 맺은 피앤티 스퀘어 팀장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산성의 속도가 빠른 거죠. 그래서 내가 글만 잘 쓰면 되고 나머지는 다른 이들에게 위탁을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내서라도 내 글쓰기 비즈니스를 더욱 빛낼 수 있는 수단을 익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영상이 대세인 만큼 영상 편집을 공부하고(현재 유튜브 채널 '하리하리tv'에 올라가 있는 콘텐츠들은 아프리카tv '하리하리의 다쓰자' 콘텐츠를 편집한 거라 편집 기술만 공부하면 제가 운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전혀 없는지라 저를 도와주는 고마운 지훈 편집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입니다.) 인디자인이나 워드프레스 등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조금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절대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서 제가 알아주는 1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잘한다고 알음알음 인정받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이것에 날개를 달아 줄 기술들을 직접 배울 요량입니다.
5G 기술이 내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무슨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분석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효과란 시간 활용을 좀 더 잘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운로드 하나를 받더라도 기존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이 드니 이전에 비해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밀도 있게 쓰지 못한다면, 5G가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도 말짱 도루묵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5G 기술로 확보된 시간을 쓰고 같은 시간 대비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비결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말했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만 주어집니다. 부자든 아니든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제 경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그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느냐가 미래 사회를 이끌 리더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Work, meaning, efficiency and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