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달, 9월을 기다리며 쓰는 글
기다림이 하나의 계절이 되었다
멀리 있는 어스름, 멀리 있는 물푸레, 멀리 있는 우물
여기에서 모든 것은 서로 나란히 떨어져 서 있으니
안개가 만든, 안개가 닮은, 안개의 너와 나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中
나는 성격이 긍정적인 편인 것 같다. 문득 생각해 봤다.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 사실 종이 한 장 차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미래가 무조건 현실이 된다고 가정해 버리는 거다. 소위 말해 결과는 무조건 나온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하는 거는 그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멀리 있다는 건 바로 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지, 내가 못 잡을 건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이것은 막 입대했을 당시에는 제대할 수 있을까 라고 아득해 하던 내 훈련병 시절의 모습과도 같다. 시간이란 바다 위에 떠 있던 '저 멀리 있는 것'들은 내 눈앞에 어느 샌가 와 있다.
단, 여기에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을 원하는 내 마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설사 그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 진정성은 나에게 다른 선물을 안겨 줄 수 있다. 예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망부석이 된 여인도 멀리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다 그렇게 돌이 된 거다. 그는 결국 남편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역사가 그녀를 기억해 주지 않았는가? 실제로 그 돌이 그녀가 돌이 된 건지도 알 길은 없다. 그녀의 사랑을 후손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계승받아 지켜주고 있으니 하늘에서 그녀도 기다린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을까?
초심(初心)을 지키기만 해서는 그 결과가 나에게 덩쿨째 굴러올 리 만무하다. 적극적 기다림이 기다림의 기간을 줄여 준다. 뭔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 탐구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을 추천한다. 고민을 고민에서 머물게 하면 안 된다. 혁신을 했다면, 무조건 흔적을 남기는 게 좋다. 나에게는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곧 자기 발전이다. 글이 나의 브랜드이고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영감을 주는 소재가 있어야 한다. 생활을 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두지 않고 조금 뒤에 글을 쓰려고 하면 어김없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다른 이들에 비해 더욱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결과를 정해 두고 뛰는 사람의 가슴은 뛸 수밖에 없다. 나의 창창한 미래가 이미 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까.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장밋빛 미래 못지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과정이다. 과정을 즐기고, 과정에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는 따라온다. 나 역시도 내 미래가 기대된다. 그렇다고 아무 노력 없이 미래를 맞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내 현재 유일무이한 무기인 글쓰기를 나는 사랑한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글을 잘 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글쓰는 걸 사랑하기에 나는 꾸준히 노력할 수 있다. 노력이 지치지 않으니까. 우스갯소리로 글 쓰는 데 있어 양치기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주제의 많은 글을 쓰고 퍼뜨리며 최대한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님과 같은 경지에 오르기를 고대하며 글을 쓴다. 글을 쓰며 조금씩 나의 브런치 페이지 규모가 조금씩 커지는 것을 보며 결과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내 글이 가장 빛날 시기가 곧 다가온다. 9월이다. 기업 자기소개서를 도와주는 것이 주업인 나에게 올 9월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회사를 다니면서 이 일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 일에 올인하고 맞이할 첫 시즌에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내야 이 일과 나를 믿고 계속 전진할 수 있다. 설레면서도 두려운 게 사실이다. 그럴 때, 10월 말에 내가 받아들 성적표를 떠올리면서 열심히 글을 쓴다. 어떤 글을 쓰든 그것이 나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그것이 매력적 자기 소개서를 만드는 소스가 될 테니까. 지금 나는 9월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