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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간은 너의 것이니?

시간의 두 얼굴: 유한함과 무한함

by 하리하리

이번 주 월요일부터 유익한 모임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취월장'이라고! 월요일 7시에 만나서 한 주간의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퇴사 이후 낙으로 삼던 일요일 저녁 술 타임이 없어져서 매우 슬프지만, 그 슬픔을 덮고도 남을 정도의 가치 있는 모임입니다. 리더님께서 그 인원을 차츰 늘려 가신다고 하니 나중에 관심 있으신 분은 댓글로 문의 주세요 :) 아침을 먹고 두어 시간이나 그 모임 친구랑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했는데도 아직 오전이 채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그 행복감을 가득 담아 글을 씁니다. 저 같은 경우 이번 주 주요 계획 중 하나에 브런치를 주 5편 이상 쓰겠다는 게 있습니다.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계획.png 출처: 건강나래

오늘 5시반에 눈을 뜨고 7시까지 모임에 늦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모임 장소로 가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 8시반 출근 시간을 지키기 위해 꾸역꾸역 일어나고 잠을 깨더라도 이불 속에 단 몇 분이라도 좀 더 있고 싶어서 밍기적댔었는데... 지금 나는 왜 회사를 나와 자유로운 삶을 사는데도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까? 심지어 지난 주말엔 7시에 깼습니다. 1시간 반~2시간 동안 동네 산책을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하루를 두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제 삶을 제가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이 저에게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사이에 가장 차이가 있는 것 중 또 하나가 점심 시간을 자유로이 정하는 것입니다. 메뉴 선정의 제약이 없어진 것도 좋았지만, 점심 시간을 내가 정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직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모를 것입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의 경우에는 11시반~1시까지 점심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1시간 반이나 점심 시간이 있다는 것이 대단한 것인 양 여겨졌지만, 나와서 보니 점심 시간의 길고 짧음은 중요치 않더라구요. 그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먹고 우르르 몰려서 산책을 하고 쫓기듯 새우잠을 자고 12시 50분에 불이 켜지고 1시부터 다시 일해야 하는 일상. 요샌 주 52시간만 일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12시에서 1시로 점심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비해 더욱 더 쫓기듯 밥을 먹겠죠? 이전까지 누렸던 잠깐의 여유조차 누리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저의 전 회사 동료 여러분,


힘을 내세요...


여튼 회사 다닐 때만 해도 그렇게 주어진 시간 내에 밥을 먹고 오후에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느꼈지만, 나와서 마주한 점심 시간은 완연히 달랐습니다. 2시든 3시든 개의치 않고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천천히 나가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스스로 고른다는 것.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넉넉하지 않은 대로 간소한 메뉴를 먹는다거나 그 날 돈을 벌면 '소확행'을 누리기 위해 조금이나마 나를 위한 사치를 한다거나(ex.초밥) 학교에 다닐 때는 몰랐던 소중함들을 온몸으로 누리면서 즐기는 요즘입니다.


지금 저는 회사 다닐 때였다면 점심 시간이지만, 점심을 먹지 않고 히비스커스를 마시면서 여러분들에게 드릴 글을 쓰는 중이잖아요?


제 오픈 카톡방 "하리하리의 현직자방"에서 저의 브런치를 가장 많이 구독해 주는 팬 1명이 볼멘소리를 하더이다. 선거 날 쉬고 싶은 사람은 월차를 써라. 법적으로 정해진 휴일마저 회사에선 강제적으로 근무를 하게 하는 회사가 1차적으로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누려야 할 시간의 권리를 쓰지 못하는 현재의 회사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함께 쉬자.jpg 출처: 한국일보

저도 그랬지만, 매달 받는 월급의 가치를 소중하게 회사원 분들이 여기실 겁니다. 그러나 그 월급이란 건 결국 매일 아침 출근해 저녁까지 일하며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시간과의 등가 교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액 연봉자들은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회사에 투자하니까 그리고 그만큼 받는 돈이 달콤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 고민하고 나를 위한 쉼표를 찍어주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을 바꾸는 삶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얻는 regular한 삶의 안정감도 좋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그 고민을 찰떡처럼 내 삶에 녹여낼 수 있다면 시간과 나 사이의 시너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커질 것입니다.


저는 아쉽게 퇴사하고 이런 생각이 들어 여러분들께 그 깨달음을 공유해 드리지만, 회사에 다니시는 여러분들은 그 회사란 공간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이런 고민을 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못했던 거, 여러분들은 충분히 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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