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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도 업무의 연장?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고찰

by 하리하리

사실 첫 마디를 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 주 간 저에게 폭풍 같던 일들이 휘몰아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 한 번 하고 글을 써 내려 갑니다. 나의 마음 상태가 어떻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니까요. 이제 연애 글을 쓰면서 그간 미뤄 두었던 주제들의 글을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볼까 합니다.


오늘 글은 1주일 전부터 쓰려고 했던 겁니다. 이 글에 영감을 준 건 친한 동생의 볼멘소리였습니다.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클럽을 가는 걸 좋아하는데 거기서 외국 남자들의 터치에 화가 난답니다. 저도 그런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상대가 저에게 관심이 있다고 착각(일종의 도끼병)하고 무리하게 들이댔던 적도 있었습니다. 오해는 할 수 있습니다. (요샌 이러다 보니 겁이 많아졌어요. 이건 추후 연애일기에서 다룰 지도? 그런데 최근 겁을 조금 상실했었죠....)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면 언제나 문제가 되기 마련입니다.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클럽에만 있을까요?

직장 내 성희롱.jpg 출처: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드라마

대학을 졸업한 후, 우리가 매일 가는 바로 '직장'이란 곳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들이 간혹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런 뉴스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기사화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클럽에서처럼 터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말뿐인데 괜찮지 않느냐고 할지 모릅니다. 이 분들의 주장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말보단 행동이 더 위험하지 않냐는 건데요. 이런 사람들에게 저는 인간의 정의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 추천 드립니다.


인간: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상의 고등 동물. 사람. (출처: 위키백과)


인간을 정의내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언어입니다. 언어적 성희롱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은 인간의 주요 조건인 언어를 가치있게 보지 않는 거고, 인간임을 부정하는 겁니다. 터치와 같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 못지않게 언어적 성희롱도 나쁘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직장 역시 우리가 하루의 상당수를 몸담는 공간이고 그 속에서 배우는 게 분명 많으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회'인 셈이죠. 그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응당 지켜야 할 약속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근무 시간 중에만 이런 문제가 불거진다면 말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선배 분들이 말씀하십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

좋습니다. 우리가 속한 회사란 사회에서 구성원들끼리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회식이 상사 분들의 우월적 지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면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요? 결속력, 팀웍 이런 단어들은 관리자 분들이 바라보는 회식을 표현하는 말이구요. 부하 직원들은 회식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아래 영상처럼 '술 한 번 따라보게'라는 상사 분들은 사라졌지만, 그 권위적 분위기가 회식 때까지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김생민이 미투 운동으로 한방에 날라갔던 것도 몇 년 전, 회식 자리에서 작가를 성추행했죠. 김생민 뿐만입니까?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회식이란 자리를 핑계로 비합리적인 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던 취업 준비생이 이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겪었던 얘기인데, 자기는 졸업하고 들어간 그 회사에서 부루스란 걸 처음 배웠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토 나옵니다. 갓 졸업한 사원이 부루스 파트너입니까? 그러려면 처음 면접장에서 부루스는 출 줄 아는가? 이런 걸 물으셔야죠. 면접장에선 회사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등과 같은 질문만 했을 게 뻔하면서 말이죠. 부루스는 부인과 추시기를 바랍니다.

부루스.jpg



오랜만에 감성을 싹 빼고 이성적 하리하리로 돌아와서 직장에서 겪는 고충 중 성희롱과 관련한 주제를 다뤄 보았습니다. 제가 여자 직원들의 입장에서 글을 쓴 건 남성 중심의 직장 문화에서 여자 직원들이 약자일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아래 제가 쓴 글을 읽다 보면 제 추론이 합리적이란 걸 이해하실 겁니다. 남자고 여자고가 뭐가 중요합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일터 안과 밖은 구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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