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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의 사회적, 국제적 의미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바라보며

by 하리하리

오늘은 오래간만에 비가 옵니다. 그간 퇴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빡센 스케줄을 소화하고 일신상의 이슈들도 있었는데요. 저를 둘러싼 여러 일들이 좀 정리되고 평온을 찾다 보니 오늘 거의 10시간 가까이 잠을 잤습니다. 확실히 잠을 많이 자고 나니 기운찬 제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카페에 왔고 그 카페에서 오늘의 브런치를 써 보려고 합니다. 사실 여기는 지하 카페....




최근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이슈들이 참 많았죠? 저는 그 중에서도 오늘따라 이 이슈를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바로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 온 이야기. 이 뉴스를 관심있게 들여다 본 것은 아닙니다. 먼저 이 이슈를 제 시야에 갖다 놓은 것은 친한 동생이었습니다. 그 동생이 한겨레 기사에 저를 태그해 제대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와 저 모두 결국 모든 조건보다 앞에 둬야 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인 인류애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맨 난민.JPG

집에 들어와 같이 사는 동생과 자기 전에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고 하나님을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인 친구여서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불현듯 제가 오후에 봤던 예멘 난민 기사 생각이 나서 물었습니다. 너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랬더니 이 친구가 했던 말이 머리에 콕 박혔습니다.

사회적 합의와 국제적 기준에 맞게 처리해야죠.


최근 유럽 대륙에서는 예멘 뿐만 아니라 국제 난민들을 받지 않는 추세입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난민을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회적으로 갈등이 커지고, 그 갈등이 묵과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다 보니 이런 결정을 내린 거죠. 이뿐만 아닐 거에요. 사회 문제 외에도 경제적으로도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 역시 섰을 겁니다. 이는 흡사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었을 때, 잠시간 독일이 경제 침체를 겪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시너지가 날 가능성도 있지만, 하향 평준화가 되어 모두에게 마이너스로 돌아올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 내부 사정까지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이런 결정에 변화를 기했다는 것 자체가 난민 수용으로 인해 유럽 전반적으로 손해가 막심하단 걸 반증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난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챙겨야 하는 부분이 난민을 바라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약자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이라고 스스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혼모, 중소기업, 혼혈아 등등 우리 사회에서 흔히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 제도적으로 아무리 뒷받침해 주더라도 사람들이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난민이란 새로운 존재가 배타적인 우리 사회에 유입되기 전에 사전 합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 일만 보더라도 정말


차이를 이해하는 건 어렵습니다.



퇴사라는 것도 (예전에 비해선 많이 사회적인 시선이 평범해졌지만, 여전히) 대개의 사람들에게 이상한 행동이라는 평가를 듣기 일쑤입니다.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인이 되는 것이 맞고, 사회인이 되는 여러 기준 중 하나가 스스로 밥값을 하는 것입니다. 그 밥값의 수단이 되는 것이 직장을 다니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직장에 다니며 사회인이 되는데 그 직장이란 공간과 결별하고 낯선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이상한 것은 사실입니다.


퇴사란 것 역시 국제적 추세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가며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실제로 많은 외국에서는 퇴사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퇴사를 하는 것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몸값이란 것이 단순히 연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특권들을 보장받는 것 역시 중요한 조건입니다. 사람은 돈만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퇴사에 대한 인식은 아래 기사에서 보듯이 국제적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야말로 좋은 사회의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퇴사를 긍정적 signal로 받아들이는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도 퇴사를 당연히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행위로 본다면 어떨까요? 사회적으로도 퇴사란 것에 대해서 규율로 확정해 놓기는 어렵더라도 사람들끼리 통용할 만한 의견을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퇴사란 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이지만, 요새 점점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회사들도 퇴사 비율이 높아져 가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당근을 둬 이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니까요.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해당 분야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고, 그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세라 불리울 만한 의견과 엇나갈 수도 있죠. 그것을 무작정 비판하고 대세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권위적 사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찬찬히 합의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 가며 결정을 맞춰 가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좀 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맨 난민 문제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더 이상 우리끼리 장벽을 쳐놓고 살 수 없습니다. 장벽을 더 높게 치고 배타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마음을 터놓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우리 나라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퇴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런 대화의 과정에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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