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은 결국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시야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본다.
4년간의 고생 끝에 고려대를 들어갔다고 했죠. 어제 제가. 집에선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대한민국에서 3대 대학교 중 하나에 입학했다고. 그 때부터 전 이정준이 아니고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정준이 되었습니다. 이 꼬리표는 4년 내내 저를 쫓아 다녔습니다. 고려대에 다녔다는 것은 저에게 분명 훈장이었지만, 때론 족쇄가 되었던 것도 같아요. 실제로 유튜버 '취업왕' 측과 요새 미팅을 많이 하는데, 그 때 그들이 고충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팀 구성원들이 높은 학교(연세대) 출신이다 보니 최상위권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영상을 찍는다고. 그러나 영상을 보는 유저들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데 말이죠.
제가 '역전의 신'이란 교육 사회적 기업을 운영했던 것도 수능을 망해서 자살하는 친구들을 보살펴 주기 위한 목적이 컸죠. 결국 제가 만든 회사의 서비스로 수혜를 입는 친구들 역시 이미 공부를 잘 하던 아이들이 아니고, 노력은 하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좌절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그들을 보기 위해선 제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는데, 고려대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다 보니 그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LG란 곳에 들어갑니다. 정확히는 LG 서브원이란 회사였어요. 그 당시에는 취업을 해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에, 소속을 가져야 내가 사회인으로서 오롯이 역할을 할 수 있단 생각 때문에 대기업에 들어간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속감과 성취감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매일 계속되는 바쁜 업무 속에서 말이죠. 고려대의 넓은 잔디밭이 수업 폭풍 속에서 지나가는 일상처럼 느껴졌듯이..
그렇게 회사에서 자아가 갉아 먹혀져 가는 환경 속에서 자기소개서 그리고 글이란 영역은 저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제 글과 말, 아이디어로 취업에 도움을 얻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구요. 글과 말, 생각은 저에게서 나오는 산물이고, 이것이야말로 고스란히 저를 정의내리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더군요. 저는 그렇게 글이란 수단을 만나 저란 자아를 찾아 갔고, LG란 회사와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아프리카TV에서 글이란 아이템으로 방송하는 하리하리로 살아가고 있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강의를 하는 이정준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물론 혹자는 말합니다. 그것도 가져 본 자들이 가지는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사실 일면 맞는 말일 지 몰라요. 고려대를 다녀 봤기 때문에, LG를 다녀봤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말일지 몰라요. 하지만 고려대에 다니는 이정준, LG에 다니는 이정준. 이것은 진짜 이정준이 아니에요. 여러분들도 각자의 소속이 있고, 더 나은 소속을 갖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물론 그 소속이 여러분들의 값어치를 올려 주겠죠. 그런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타'란 게 와요. 이게 과연 나인가...?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자아를 찾는 'Looker'가 될 거에요. 저는 100%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나 자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다운 게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