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하리 Nov 19. 2021

결국, 잘 한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순수신입이 중고신입을 이기지 못하는 건 아니다.

많은 취업준비생 분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갈망을 자소서에 녹여내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저도 그 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요. 회사들은 어렵고, 대내외적 경영환경은 어렵고, 코로나 이후에 회사 간 격차는 더 커지는 등 여러 문제가 우리 앞에 놓였지요. 그뿐만입니까? 회사에서 뽑은 사람들은 몇 달만 다녀보고,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납니다. 그와 동시에 어떤 회사에는(특히, 대기업 중심. 대기업도 정말 탑티어 대기업이나 메이저 공기업) 사람이 몰립니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는 데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 지원자들의 수준은 올라갑니다.


그러다 보니 뽑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일당백을 해낼 수 있는 직원을 뽑고자 합니다. 그 직원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있는 동안,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과 달리 교육에 들이는 품도 극히 줄어들었습니다. 소위 말해서 즉시 전력감을 원하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대기업만 그런가요? 아니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 아니 더하다고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기업은 한 분 한 분의 인재가 소중합니다(뭐, 요즘에는 대기업/중견기업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결국, 즉시전력감으로서 내가 바로 업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게 너무나도 당연한 숙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순수신입 분들입니다. 특히, 자신들이 쌓아 온 이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여기서 말하는 이력이란 돈 받고 일한 것(인턴, 정직원 등)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말합니다. 이 분들은 중고신입이나 인턴을 거친 분들에 비해서 자신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당연히 이력이 풍부한 친구들이 유리하지요. 그러나 그 이력이 직무와 유관하지 않으면, 그 이력이 회사에서 평가를 함에 있어 우위요소가 아닙니다. 이건 그냥 회사란 조직체계를 좀 더 경험해 봤다 정도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쫄지 마세요.


전공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공부를 통해 쌓은 지식이 지원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으면, 이 친구가 전혀 관련 없는 경력을 쌓은 친구들보다 반드시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공기업 직무기술서에도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나와있고, 역량은 지식과 기술, 태도로 나눠집니다. 여기서 주목한 건, 지식입니다. 전공 '지식'이 지원하는 사업부/회사/직무와 연관성이 높을수록 유리하지요. 다시 말씀 드립니다. 이력의 유무 자체가 합불의 결정적 요인이 아닙니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유리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학부 공부만 하고 졸업한 순수신입이나, 경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분들이나 자소서를 보면,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답만 하고 계십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자소서를 보는 입장에서 동가홍상이라고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눈이 가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경력이 없는 사람도 분석력을 강조하고, 경력이 있는 사람도 분석력을 강조합니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분석력의 차별화된 포인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나는 분석력이 있다고만 해요. 그러면 뽑는 사람 입장에서 차악을 택하는 개념과도 같죠(물론, 경력이 있는 분이 차악이다, 이런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서류 단계에서의 이야기는 아닌데, 제가 케어해 준 고객 분 중 순수신입(학부 졸)으로서 경영학 대학원 전공자를 제치고, TO 1명의 정직원 자리를 꿰찬 케이스도 있습니다. 이 분 같은 경우는, 시키는 일을 묵묵히 잘 했다고 합니다(전공이 정치외교 쪽이라 자신만의 견해를 업무에 들이밀지 않았다는 얘기가 기억 납니다. 반면, 경영학 대학원생은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회사 및 직무의 방향성과 안 맞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점으로 보자면, 상경 전공의 대학원을 나온 B 지원자가 정직원이 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사가 뽑고자 하는, 그 직무에 최적화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순수신입 분들이 가야할 길 하나가 보입니다. 결국, 내가 공부했던 전공 수업의 리뷰를 철저하게 하세요. 수업, 대외활동, 공모전, 학회, 인턴, 아르바이트 등 모든 경험 하나하나를 동등한 위치에서 보세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물론, 자소서를 쓸 때는 조금의 차이가 존재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지원하고자 하는 산업/회사/직무와 더 연관된 경험이냐입니다. 그 연관성을 볼 때는 앞 내용에서 예시를 곁들여서 보여드린 것처럼 직무를 '디테일'하게 보셔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