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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Nov 08. 2021

사랑, 그 낙엽 참.

올 가을엔 사랑을 할꺼야

베란다 테이블 위에 신문이 접혀 있다.  노트북을 펴고 업무를 시작하려던 참이라 신문을 치우려는데 스르륵 뭐가 떨어지더니 바닥에 살포시 안착한다.  


'뭐지?'


낙엽이다.


'강여사군'


떨어진 낙엽을 일단 주워 놓고는 신문을 펼쳤다.

울긋불긋 물든 낙엽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강여사가 낙엽을 말리려고 신문지 사이에 넣어 둔 것 같아 고스란히 제자리에 두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여사를 보자마자 물었다.


"엄마, 낙엽 주워 오셨어?"

"아, 어"

"뭐하시게?"

"아, 너 그거 글 나온 잡지에 꽂아두려고"

"책갈피?"

"응"

"뭐야, 너~~무 다정하잖아”

"그래?"



생각지도 못했는데 낙엽 책갈피라니, 너무 센스 넘치는 사랑 아닌가.


그간 온라인 뉴스 매체에만 글을 기고하다가, 올해는 오프라인 주간지 매체에 격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딸내미 글이 실린 부분을 찾으려면 얇디얇은 책장을 잘 넘겨야 한다.  자칫 책장이 뭉쳐 여러 장이 한꺼번에 넘어가기라도 하면 앞으로 다시 돌아와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야 하니까.


그렇게 딸내미 사진이 나온 지면을 마치 미션 수행하듯 찾아내서는 한 귀퉁이를 살짝 접어 차곡차곡 모아 놓고 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한 귀퉁이를 접어 놓은 게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나야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러나 싶어 대충 보고 넘겼는데,  강여사는 그게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딸의 글이 활자로 찍혀 유명 주간지에 실린 게 신기하고 소중하신 게다.  코로나19로 어디 가서 자랑도 하지 못하신 게 내심 아쉬우셨는지, 언제가 한번은 동생네가 놀러 왔는데 모아 놓은 주간지를 꺼내 놓고 꼬맹이 조카들에게 고모를 찾아보라고 미션을 주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뭘 동생네한테까지 자랑을.


"아, 놔~ 뭐야 엄마~~~"


싫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좀 쑥스러웠던 거지.  


옆구리가 제법 시릴 것 같은 늦가을에 급작스레 들고 온 강여사의 따끈따끈한 낙엽 사랑이라니.

올 가을 사랑은 다했네 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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