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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Dec 25. 2021

대만. '어느 섬 녹도(綠島)'에 가보니

영어로 'Green Island'라고 불리는 녹색 땅.

<타이베이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대만 여행이 시작된다>

대만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한국 여행객 중 열에 아홉은 타이베이로 입국을 하고 타이베이서만 일정을 마무리한 후에 돌아가기에 대만에 거주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비록 글이지만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대만에서 제일 대만스러운 곳(주관적인 시각에서) 그래서 '여긴 꼭 가야 해'라고 말해주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만 타이동에 있는 '녹도(綠島)라는 섬'>

어느 날 문득 대만에 살면서 대만에서도 낯선 곳이 가보고 싶어졌다. 대만을 터전 삼아 지내다 보니 아무리 좋고 만족감이 높을지라도 다른 곳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대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은 섬을 소개해 주었는데 고량주로 유명한 '금문도'와 대만의 제주도라 불리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펑후 섬'을 추천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생뚱맞게도 '녹도를 선택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일단 금문도는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국내선이 국제선과 맞먹는 요금 때문에 살짝! 내키지가 않았고 펑후 섬은 혼자 가면 너무 외롭게 느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펑후 섬'은 제주도처럼 엄청 큰 섬이었다. 넉넉히 4박 5일은 가야 했기에 일정이 안 맞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간과 비용 문제였지만 속내는 유명한 여행지보다 낯설고 인적이 드물 것 같은 곳에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대만 사람들도 안 가본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다. 



<녹도로 가는 법, 가는 길부터 순탄치 않다>

금문도는 가오슝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1시간 이내에 도착을 하는데 반해, 녹도의 경우는 우선 타이동으로 가야 했다. 타이베이에서 출발을 할 경우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Local 기차로 이동시 약 5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뭐 시간이 많은 여행객이라면 해안선을 타는 기차 여행도 추천을 하지만 이것도 경험상 2시간 정도가 지나면 슬슬 지겹다. 처음에는 '와' 했다가 점점 '하'로 바뀐다. 졸리는데 창 밖 태양은 커튼으로 해결이 안 될 정도로 강렬하다. 다행히, 나는 가오슝에서 출발을 했기에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기차로 이동을 했다.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선이 슬슬 지겨워질 때쯤 도착을 했다. 


하지만 녹도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었다. 타이동역으로 나와서 이제 배를 탈 수 있는 항구로 가야 했는데 버스 배차가 워낙 길어서 결국 택시를 타야만 했다. 도착해서는 당연하게도 배를 타야 하는데 1시간 정도 울렁거림을 참을 생각에 타기 전부터 어질어질하기 시작했다. (아참, 타이동 공항에서 녹도로 가는 경비행기가 하루에 3번 운행을 하다) 비행시간은 약 15분인데 요금은 당연히 비쌀 터. 



<대만이 숨겨놓은 보물 '뤼다오'> 

<여행 중에 좋은 날씨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도착하니 사전에 예약 해 놓은 숙소 사장님이 마중 나와 계셨다. 숙소라기보다는 사장님이 살고 있는 집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민박집'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녹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업과 여행업을 부업 삼아 살아가고 있었다. 사장님 등 뒤에 매달려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숙소 앞이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내가 타고 다닐 전동 스쿠터가 있었다.


<전기 스쿠터를 타고 40분 정도면 섬 전체를 한번 돌 수 있다. 기름값이 들지 않고 전기였기에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좋은 날씨에 스쿠터로 달리기 시작하니 피로가 사라지고 우렁 거림도 멈췄다. 원 없이 달렸다. 공기는 맑았고 태양은 피부가 아플 정도로 강렬했지만 대만 특유의 느림과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늘로 피신해 있는 아기 염소, 녀석도 더운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 바퀴 돌고 나면 할 일이 없는 곳. 그다음에 뭐 하냐고? 또 한 바퀴 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느리게 말이다.



<사슴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

녹도에서는 섬 곳곳에서 살아가는 소위 '야생 사슴' 들을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을 경계하다 보니, 낮에는 보기 힘들고 밤에 섬을 한 바퀴 돌면 간혹 볼 수가 있는데 귀여울 것 같지만 야밤에 스쿠터 조명에만 의지하며 다니다 만나면 오히려 무섭다. 



<녹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해수 온천'>

이전에 온천 이야기에서도 다뤘던 세계에 3개 국가에 밖에 없는 '해수 온천' 이 바로 녹도에 있다. 이곳 또한 24시간 영업을 하기에 부지런하다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감상하면서 온천 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게을러서 밤에 갔었는데 밤에는 사람만 많고 내 눈앞에 사람인지 바다인지 분간도 안 간다. 아참! 해수 온천은 말 그대로 해수가 유입되었기에 입에 들어가면 좀 짜다. (나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나는 유황 온천이 좋다)



<정치범 수용소로 이용되었던 녹도> 

<외딴곳이었기에 교도소를 탈출해도 섬 밖으로 탈출이 불가능했기에 철저히 고립된 곳>

개인적으로 교도소라는 곳을 처음 경험했는데 저 작은 공간에서 저 많은 인원이 함께 살았고 화장실도 개인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음을 실제로 경험해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죄를 짓지 않으면 갈 일이야 없겠지만 대만도 한때는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배와 이후에는 38년이라는 세계 최장기 계엄령하에 억울한 죽음과 옥살이가 없었을까?



<면세점이 있는 '녹도'>

<제주도에 면세점이 있는 것처럼, 이곳도 작게나마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갔을 때 녹도는 아픈 기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고 공기가 맑고 밤하늘에 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크지는 않지만 면세점도 운영을 하면서 이제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워하는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PS -

그동안 브런치에 여행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이유는 글을 쓰는 공간에 마치 블로그를 검색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여행 후기처럼 보일 것 같아서였다. 오늘 이야기는 여행이었지만 대만 생활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여행도 대만에서 보낸 시간 중에 일부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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