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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Feb 12. 2022

한국 남자가 바라본 '대만 성소수자 사회'

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옹하는 세상.

타이베이에서 호찌민으로 가는 비행기 안, 언제나 그렇듯 나는 늘 혼자였다. 3 - 3 배열의 비행기 좌석 중 한 자리를 차지하면, 남은 두 자리는 대게는 커플로 보이는 남녀 혹은 부부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두 명의 남성이 내 옆으로 앉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손을 맞잡고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애써 외면해봐도 들리는 그들의 대화 소리에 내 눈도 본능적으로 그들을 향하고는 했다. 그들의 행동은 어느 커플과 다를 것 없었고 기내식을 별도로 주문해서 서로 먹여주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들이 동성커플임을 확신했다. 숱하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눈으로 확실하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동성婚 합법화를 선언 한 대만


낯설게 들리겠지만 단어 그대로 남자와 남자가 부부가 될 수 있고, 여자와 여자가 부부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통상적인 관념과 자연의 섭리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세상 일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로 구분' 이 되며, 아닌 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 꽤나 긴 시간 '꺼낼까? 말까? 고민했던 주제' 이기도 했지만, 한 번은 제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기도 했다. 그리고 뉴스로 보는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직접 만난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고 담고 싶었다.



성소수자, How To Recognize

일단 이 이야기는 남자 입장 즉 '게이(homosexual)' 들의 이야기임을 미리 알려둔다. 우선 동성애 안에서도 '남자 역할'과 '여자 역할' 이 있는데, 대부분 여기까지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소위 여자 역할을 하는 남자 동성애는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 여성스러움이.

그렇다면 남자는 어떻게 구분하냐고? 사실 이건 그냥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도 그들만의 약속이 있다.


첫 번째, 그 시간 그 장소

대만 성소수자들은 그들끼리 약속한 장소와 시간이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그들의 '만남의 광장'이 존재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타이베이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을 들려보았을 시먼딩이 그들의 만남의 광장이었는데, 늦은 시간에도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새로운 곳으로 옮겨간 곳은 타이베이역과 시먼딩 사이에 위치한 '2.28 평화 공원'이다.

<2.28 평화 공원은 '1947년 2.28 사태를 추모' 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대만에서 2월 28일은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2.28 평화 공원은 대만의 아픈 역사 2월 28일 사건을 기념하며 만들어졌는데, 타이베이 역과도 가까워서 아침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낮에는 휴식을 취하려는 여행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지만 밤 10시가 지나고 11시 12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인적은 드물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그 시간부터 이곳은 새로운 만남의 광장이 되는 것이다. 보통은 밤 11시 실제로는 12시 이후부터가 활발? 하다고 한다. 클럽들이 활발해지는 시간과 비슷하다.


한 번은 그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서 늦은 야밤에 2.28 공원을 가본 적이 있다. 물론 나 혼자서 가면 간택?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여자 친구를 대동해서 데이트를 가장한 방문이었다. 실제로 11시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고 나 홀로 남성분들이 여기저기 홀로 걷거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물론 그 시간 그곳에 혼자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 고 했다. 나 또한 혹여나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확인 후 자리를 벗어났다.



두 번째, '눈빛 신호' - 헬스장 탈의실 & 대중탕 -

두 번째가 사실 좀 더 직관적인 경험담인데, 바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했던 장소의 대부분은 헬스장 탈의실 혹은 대중 온천탕에서였다는 사실이다. 즉 알몸으로 마주쳐야 하는 공간에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예로 온천에서 눈이 마주치면 으레 지나치기 마련인데, 성소수자들은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말이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와 묘한 눈빛을 보내는데, 그 모든 행위들이  '그들만의 신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만은 샤워실도 전부 1인실이고, 탈의실 내에서도 대부분은 대형 수건으로 하체를 가린 채 다니는 이유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떡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생물학적 성별은 남자이기 때문에 탈의실이나 대중탕도 당연히? 남탕으로 입장을 해야만 한다. 이걸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곳은 자기들의 이상형이 수두룩 한? '판타지 세계'로 입장한 것이다. 게다가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나체로 지나가고 있으니 (이하 상상에 맡기겠음) 말이다. 이 사실은 나중에 '동성애' 임을 이실직고했던 대만 친구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제야 나는 지나가면서 '뭐지?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봐?'라는 생각들을 했던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한순간에 정리가 되었다.


아참! 그래서, 그런 눈빛을 보내면 보통은 '뭐야? 하면서 그냥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신호를 신호로 받아치는 건? 그렇다. 똑같이 하면 된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면 된다)

참고로 나는 (여럿이서 만나는 건 OK, 1:1 데이트는 NO) 이건 명확했다!



신호를 알게 된 이후

기분 탓일까? 그 뒤로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커플티를 입은 남성 커플, 커플티는 입지 않았지만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손을 잡고 서로의 음식을 먹여주는 남자 커플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탈모가 진행되면 다른 사람들의 머리숱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싫거나 혐오증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그들을 노력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도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데 굳이 더 타인의 생각까지 휘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처럼 억지로 바꾸려고 들면 더욱 강한 저항감만 생길 뿐이다.


오히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동성혼이 합법화된 이후로 전 세계 외국인 방문이 늘었다. 그만큼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시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19년 대만 퀴어 축제에는 무려 20만 명이 운집을 했다>


일반적인 대만인들의 시선

대만에서  남자 동성이 커플티를 입고 있다고 해서 또 손을 잡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동성혼 합법화도 국민들이 여론(특히 젊은 층)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동거만큼이나 동성혼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젊은 층들의 개방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 옳고 그름은 없는 듯하다. 나 또한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안 이후에도 그들을 배척하지도 않았고 여전히 같이 밥을 먹었고 어색함도 없었다. 다만 평소보다 질문들은 많아졌다. 그러나 나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거리를 두었다면? 그런 질문조차도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서로를 알고 난 이후에 편해졌다. 더 이상 긴가 민가 할 필요도 없어졌으니 질문도 애써 둘러할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인간관계가 깨지는 경우는 다른 이유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P.S

한국을 포함해서 지구 상에는 이제는 '소수'라는 단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동성애자가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다만 우리가 그걸 못 느끼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기 때문이다. 지구 상 어딘가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Spy, 간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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