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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함께 걷는 시간이 필요할 때

사람과 바다 사이에서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19.


두 사람, 그리고 '덩그러니' 놓인 빈자리

나는 다소 이중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떨 때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반면, 어떨 때는 오롯이 혼자 있기를 갈망할 때가 있다. 어쩌면, 아프리카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곳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었겠지만, 혼자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내심 혼자임을 즐기는 성향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럭비공 같은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 내심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만, 어느 순간 혼자 있는 것을 참지 못 해 새로운 누군가와 우연히라도 마주치길 바라는.

그러다 합이 맞으면 에너지가 폭발해서 똘끼를 주체 못 하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중해 바닷가를 품고 있는 수스. 사실 이곳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 썩 재미있는 곳은 아니었고, 그 당시 내게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둘째 날은 너무 할 일이 없어서 같은 길을 수십 번도 걷고 지나가며 뭐 재미난 일은 안 생기는지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문득, 혼자 걷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견디기 힘든 두 가지 감정이 함께 밀어닥쳤다.

지루함과 외로움.

불과 이틀 전만 하더라도 연예인 급 대우를 받으며, 서로 모셔가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도파민이 극도로 분출된 상태여서일까? 지금 이곳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았다. 아니, 마치 잘못 온 것 같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글을 쓰는 지금. 지나간 시간들을 재생해 보니, 그때는 평온함을 누릴 줄 몰랐다. 사람이 많아야 즐거운 것이고, 내가 무대의 주인공이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곳에서 나는 주연도 조연도 아니었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같은 배경으로 다른 영화 속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지중해 바닷가가 보이는 해변가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의 뒷모습은 마치 흐린 기억 속에 담긴 오래된 필름과도 같았다.

"마치, 그들이 없는 이 바닷가는, 소금이 없는 심심한 강물 같은 그런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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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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