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져서 당연시 되는 횡단보도 신호등의 초록불 카운트다운 표시. 대한민국 어느 똘똘한 초딩의 머리속에서 이 기획이 탄생하기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횡단보도에서 뛰고 또 뛰어야 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초록불 신호 앞에 수명연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다행히 1990년대 초 도입된 초록불 카운트다운 표시 덕분에 사람들은 횡단보도 위에서 여유를 찾고, 안심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신호등도 막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한시라도 빨리 가고자 빨간 불에 횡단 보드를 건너는 무단 횡단이었다. 빨간불이 언제 초록불로 바뀔지 모르니 조급함에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이는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즐겨 보는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음주운전, 급발진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3대 단골 소재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을 여행하던 중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의미 모를 빨간점의 정체였다.
처음에는 '저게 뭐지? 액정이 깨졌나?’ 싶었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점점 점의 갯수가 줄어들고 길이가 짧아지더니 점이 0개로 바뀌는 순간 파란불로 바뀌는 것이었다.
‘아하! 파란불로 바뀌기 전까지 대기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구나’
기발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 횡단보도 앞에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 파란불 되는거야? 그냥 건너 말어?'
‘건너 말어’가 ‘살어 죽어’ 인지도 모르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실제 사고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때 만약 일본과 같은 신호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너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대기 시간 알려줄게. 금방 초록불 될꺼야'
라고, 말을 거는 듯한 빨간색 점멸 표시등 앞에 조금 더 기다릴 확률이 올라가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우리 나라 신호등은 파란불이 켜지고 그 불이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시간만 알려 주는데, 관점을 달리하거나 생각을 뒤집으면 다른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가로등처럼 세워져 있는 신호등이 아니라 바닥에 표시된 신호등은 어떨까?
나아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온 것처럼 레이저를 쏴서 무단횡단을 막는 신호등은 어떨까?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를 위한 카운트 다운 신호등은 어떨까?
관점을 달리해서 문제를 찾아보고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면 우리나라에 수많은 신호등 기획이 탄생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건넜던 신호등도 조금만 관심있게 보면 좋은 기획이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획 릴레이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율도 조금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