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3: 책상 머리가 아니라 밥상머리
기획
“오늘 외식 뭐 먹으러 갈까?
“아무거나”
“오늘 영화 한편 보자. 뭐 볼까?”
“아무거나”
아마 익숙한 대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의견을 물어보거나 선택을 요구할 때 그 선택 앞에 ‘아무거나’라는 답변 뒤로 숨은 채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상대방이 답정너라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아무거나’라는 메뉴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선택 피로 현상’과 ‘책임회피 현상’과도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선택 과잉 사회이다. 오늘 영화는 뭘 보고, 티브이 채널 고르는 것부터 식당을 정하고 메뉴를 정하고, 여행지를 정하는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다. 게다가 선택지가 너무 많고 사람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누가 ‘딱’ 정해줬으면 좋겠다. 선택을 갈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선택받기를 원하는 선택의 패러독스가 펼쳐진다.
때로는 선택에 따른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선택을 포기하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 대세에 편승하거나,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따른다. 머릿속으로는 자신의 의견이 있지만 선택에 따른 책임 때문에 그걸 표현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삶을 만들어 가는데, 선택을 포기하고 남의 선택에 의지한 삶의 끝에는 뭐가 남을까?'
하지만, 선택과 책임은 일의 시작이자 기본이고, 일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내 말과 행동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아무거나’만 찾다가는 평생 내 선택과 책임이라는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 더불어 성장의 기회까지 제한된다. 작은 선택을 회피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선택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채 평생 남의 생각과 의견만 좇다가 끝날 수도 있다. 성장의 기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작은 일상에서부터 선택하는 습관을 통해, 삶을 주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3가지 습관을 추천한다.
첫째, 소소한 메뉴 선택, 영화 선택에서 적극적으로 내가 고민하고, 선택한 후에 의견을 제안해 본다.
“오늘 기분이 멜랑꼴리 하니 코디미 영화 보자”
둘째, 생각의 폭을 확장해서 여러가지 대안을 떠올려보고, 비교해서 최종안을 선택한다.
“내가 보니까 ‘세얼간이’ 랑 ‘극한직업’ 이 있는데, 아무래도 코미디 영화는 한국정서가 더 잘 맞지. 극한직업보자”
셋째, 내 최종 선택을 강화하는 근거 자료 ‘전문가의견, 언론보도, 통계, 데이터 등을 찾아서 뒷받침한다.
“이번에 영화 평론가 000씨도 평점 4.3 매겼고, 네이버 영화에서도 9.3 이더라구. 친구도 이거 봤는데 끝장난데. 웃다가 실신한데.”
삶도 하나의 기획이고, 사실 기획도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문제 해결이고, 그 과정에서 고민과 선택이 뒤따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해보고, 선택하고, 그 선택을 강화하는 것에서 삶도 기획도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 사는 사람이 기획도 잘한다.
그러니, 기획력을 키우고 싶다면, 평소에 고민하고 선택하는 연습을 하자. 책상이 아닌 밥상에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래, 기획 별거 없다. 책상 머리가 아니라 밥상머리에서부터 해보자.
* 위 내용은 '시선의 발견(임영균)'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