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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07. 2016

여행을 닮고, 시를 담다.

뜻밖에 즐거움을 노래하다.

시아누크빌 (캄보디아)


그저 끌렸을 뿐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발길이 이끄는 대로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너로 향해 걸었다

힘에 겨워 조금씩 지쳐 쓰러져 갈 때 즈음에

하이얀 얼굴에 푸른 눈동자 백색의 머리칼

푸르디푸른 슬픈 얼굴로 인사를 하는 너

시리도록 아름답다

비정 없는 애증의 습관처럼

어디론갈 갈 곳이 있다는 것의 행복

나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주누나



캄보디아라 하면, 단연 앙코르 왓트다.

나 역시도 캄보디아에 간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앙코르 왓트만은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캄보디아 = 앙코르왓트 라는 정비례 공식이니까.

수많은 이야기들과 사진들로만으로 나의 상상 앙코르왓트 그저 몽상에 불과했다.

내가 본 앙코르 왓트는 말로는 표현하고 형용할 수 없는 정도였다. 걸어서는 절대로 불가능일것만 같은 그 크기에서 압도되었 그 섬세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으 그 이름만으로, 그 존재만으로, 감동이었다.

감동에 감탄을 더하는 순간들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출과 일몰이 흘러버렸고. 모든 동감의 순간 순간들이 벅참 고맙도록 오래도록 잔향이 머물렀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에 내가 잠시나마 머물렀던 것에 행복함이 깃들었고. 그러다. 문. 캄보디아의 다른 얼굴은 어떠한지 궁금함의 궁금함이 꼬리를 물기에 호기심이 꾸물대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의 지도를 펴니. 태국과는 상대적으로 마을의 이름이 많이 없었다. 눈에 띄는 두 지역.

몬돌끼리와 시아누크빌. 인터넷 여건이 되는 곳에서 검색을 해도 검색이 되질 않고. 있다한들 메모 수준의 정도. 더 더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도 프놈펜으로 향했고. 프놈펜에서 몬돌끼리는 버스가 없어. 시아누크빌로 향한다. 겨우 몇 명의 배낭여행자들과 현지인들뿐.

시아누크빌까지 가는 길조차 쉽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허리가 비틀 어질 것 같고. 엉덩이가 져려 왔다. 족히 8시간은 달리지 않았을까.

사진을 찍어달라던  아이들은 그 댓가로 돈을 요구 했다. 그래서 먹을것을 사주었다.

창밖의 날씨는 모든 고통의 시간들을 씻어주는 치료약이다. 날씨 한번 끝내준다. 동남아시아의 우기 때만 가질 수 있는 마법약이다.

그렇게 도착을 알리는 기사님. 주윌 둘러봐도. 터미널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데. 여기가 맞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답이 안 나온다. 그럴 땐 그저 걷는다. 앞만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무작정 걸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넓기는 무지하게 넓었다. 땀으로 온몸을 적실때즘에. 도로표지판에 낯익은 영어가 보였다. 비치. 바다가 있구나

비치. 그 짧은 단어 하나로 인해. 마음의 안정이 생겼고. 주위를 살피니 하늘 위로 갈매기가 날았고. 짭조름한 바다내음도 나는 듯했다. 비치라는 희망적인 단어 한줄기 빛을 따라 그렇게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몸에 생긴 땀의 흔적이 말라 소금이 되어 그 넓음이 얼마나 넓은 지를 말해줬다. 순간 스치듯 들렸던 파도소리. 환청인지 의심을 하는 순간.

건물과 건물 사이 푸르디푸른. 너무 푸르러서 슬픈 마음과 드디어 왔다는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그렇게 몇 달간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마주한 바다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나는 알아 차릴 틈이 없었다.

그 바다 아주 사람을 미치게 했다.

시아누크빌. 뜻밖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전혀 기대도 없었던. 그저 이름만이 마음에 들었을 뿐인데. 그저 그거뿐이었는데.

거대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바다에 사람도 없다. 캄보디아가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고. 환영 선물만 같다. 그러니 오롯이 내 것이다.

캄보디아가 준 선물. 오롯이 내것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이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가라 한다.

몇 채 없는 방갈로엔 거대한 도마뱀이 붙어 있고, 변기통에 물은 넘치고, 비가 세며, 쥐가 일용한 양식을 뜯어먹었지만. 큰 이질감이 없다. 점점 익숙했던 것들이 불편해지고, 불편한 것들이 익숙해지니.

나는 이 뜻밖의 즐거움을 준 이 바다를 벗 삼아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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