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대한 감상
우울은 어쩌다 꾸는 꿈처럼 왔다.
힘들다고 말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잘 지낸다고 했던 시간들, 혹은 침묵했던 시간들
그 힘듦이 간헐적이기에 딱히 뭐라 언급하기에도 애매하긴 했다.
나는 우울이라는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있었나 보다.
자력에 이끌리듯 태풍의 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차, 였을까.
누운 토네이도 같은, 혹은 블랙홀 같은 그곳에 닿았을 때
거기서 뿜어져 나와 낮게 깔린 안개에 왼발을 살짝 디뎌 보았을 때
꿈에서 깨듯, 우울에서 깨어났다.
짙은 남색에서 보라, 먹색으로 번지던 검은 우물
무거운 바람이 불고
남색 구름 향이 나던 곳
굳이 다시 가고 싶지는 않지만
갈 때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