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마다 겁나게 무서웠다는...
길을 잃고 헤매본 사람은 알게 된다
찾아보면 방법이 있다는 것과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어학원과 홈스테이를 오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그런데 나는 거의 한 달 동안 홈 마더가 알려준 길로만 다녔다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은 한 번만 환승하는 경로로 다닌다고 했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을 통과하는 길이었다
나는 굳이 두 번이나 갈아타는 방법을 고집하고 있었다
사실은 낯선 상황이 겁나고 길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음에도 구구절절 이유를 대는 것이었다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스트리트 카를 갈아타는 것은 이미 익숙하니까 구글 지도를 켠 폰을 붙잡고 내릴 장소를 보느라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모으고 메모하기에도 좋다고...
다른 길도 익숙해지면 가능했을 텐데 왜 그런지 용기를 안 내고 있었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해보자고 조금씩 뒤로 미루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엄청난 도전을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타의에 의해 생긴 사건이었다
집에 오는 중에 지하철이 갑자기 멈춘 것이었다
어떤 설명도 없었다
승객들이 다 내려서 역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물었더니 자신들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저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토론토의 교통시스템은 갑자기 운행을 중단하거나 노선을 바꾸는 일이 잦기로 유명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불평을 하지도 않았다
어학원에서 지각을 해도 교통문제라면 다 용서가 될 정도였으니까
지하철이 멈추는 순간, 나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어! 등이 뒤로 쫙 펴지네. 단점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처음 와 보는 역에 내려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우버였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에 앱을 깔고 있었다
그런데 비용이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만약 조금 저렴한 선택을 한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있는 때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지하철을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을 검색했다
일단 길을 찾아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바로 내가 망설이던 그곳이었다
유니온 스테이션, 기차역 플랫폼으로 가는 길은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통로로 빠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구글 지도가 있었고 기차는 나를 무사히 집 근처 역에 데려다주었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다
어디를 가도 목적지에 갈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안전하게 도착하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본 사람은 알게 된다
찾아보면 방법이 있다는 것과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었다
후에도 여러 번 길을 잃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미 겪어본 노련함으로 기어코, 끝끝내,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었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그때마다 겁나게 무서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