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 한 일은 무엇일까?

동행은 다 안다

by 편J

세상에 내가 태어나 한 일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한 시인은 '호주머니에 숨은 먼지들이 잘 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얼음이 녹을 때쯤 목어 소리를 들으러 산사로 가야겠다

나무를 흔들어 싹을 틔우고 나무에서 태어난 물고기 앞에 서면 자연이 보여주는 울림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태어나서 한 일, 그걸 알아내고 함께 소리 내고 싶기도 하다


소리를 들을 때와 소리를 내야 할 때 그것이 하나임을 알아보려고 숨을 고른다

누군가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함이다

내 소리가 움직일 곳을 가늠하려는 것이다


칠순의 사촌 언니에게 다녀왔다

힘껏 살아가고 있다는 진동으로 마음이 일어나고 몸이 향했다

그리움이 고인 시간을 열고 넉넉한 울림에 안겼다

10년을 넘는 세월의 간격은 옛 기억들로 진하게 채워졌다

언니랑 형부는 내 나이 스물 하나에 썼던 붓글씨 액자를 아직도 집에 걸어두고 있었다

옥돌과 소나무를 합쳐 민송이라는 기운 센 호를 낙관으로 새겼던 시절이 거기 있었다


지금이 좋은 때라고 하지만 좋은 때는 곧 사라진다고...

형부의 말씀은 말줄임표를 내려놓고도 긴 여운이었다


세상에 내가 태어나 한 일은 무엇인지? 시인의 문장처럼 호주머니에 숨은 먼지들이 잘 알 것이다

'지금은 좋은 때'임을, 그래서 달라붙는 먼지를 탓하지 않는다

'좋은 때는 곧 사라질' 것임을, 그래서 한 일이 무엇인지 내놓으라고도 재촉하지 않기로 한다

마음을 비우고 나서 보니 주머니 달린 옷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행은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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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