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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J Aug 25. 2024

미안해, 고마워

부모 되기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모르게 아이를 향해 비판의 말과 행동을 했었다

부정적인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떤 때는 더 크게 표출해서 아이의 마음에 수치심을 뿌렸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는 잘못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이는 방과 후에 따로 비용을 내고 동요를 배우고 있었다

동요를 잘 부르는 게 자신감에도 친구 사귀기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아이도 원했고 좋아했다

그 해 학교에서 동요대회가 열렸다

당연히 참가했고 우리 딸은  우수상이었다

그런데 같은 반이고 같은 아파트에 살던 남자아이가 최우수상을 탔다


학부모들도 동네 사람들도 두 아이를 비교하는 말을 서로 거들었다

물론 축하의 말을 해 주었지만 내 마음에 남은 것은 번역의 오류를 통과한 뉘앙스뿐이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너는 동요도 배우고 있는데 왜 2등밖에 못하냐고.

1등 상을 받은 아이 엄마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던 감정까지 보탰다

축하의 때에 아이의 감정은 전혀 돌보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의 뇌는 거부당한 경험이나 수치심을 육체적 고통으로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어이없는 엄마가 바로 나였다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 없이 경쟁에만 열을 냈던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동요 배우기는 계속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도 노래 부르는 게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아이에게 엄마의 잘못을 고백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다 용서받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을 전했다

딸은 그때 했던 엄마의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늦은 때에라도 사과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사건 말고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또 부모가 먼저 깨닫고 알아내지 못한 일들은 더 많을 것이다


'완벽한 육아 따위는 없으며 확실한 보장도 없다'라는 브레네 브라운은 저서 [마음 가면]에서 '양육은 수치심과 비판의 지뢰밭이다'라고 표현한다

그 이유에 대해 '부모는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불확실성과 자기 의심을 헤치며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자란다는 말을 생각한다

브레네 브라운이 제시하는 길잡이는 한 가지 질문이다

'내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지금의  나와 같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가?'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타지에 혼자 살면서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무게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얼마나 애를 썼을까?

졸업하고도 혼자서 아프고 고통을 견디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무리가 온몸을 회복해 내고 있는 용기와 노력에 고맙다

한고비를 넘고 나니 또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네

네 마음을 이해하고 늘 엄마로 있을게

지금은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고 즐겨라

때가 오면 다시 잘해나갈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운이 좋으니까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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