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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홍 Mar 13. 2023

츄라우미수족관에서 우리는 영화 '아바타'속 인간이 된다

오키나와 여행기 8

솔직히 나는 동물에 대한 흥미가 큰 편은 아니다. 이 복잡다단한 인간 세계를 이해하기만도 벅차다.


그런데 나의 남편은 다르다. 동물, 특히 바닷속 물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더라.

시간을 죽일 때 뭐 하고 있나 보면 꼭 유튜브 쇼츠로 물고기 영상을 보고 있다.


이번 여행지를 오키나와로 정하게 된 데에는 '츄라우미 수족관' 방문이 그의 버킷리스트인 이유도 있었다.


https://churaumi.okinawa/



언덕 위에 위치한 츄라우미 수족관. 바다 너머 보이는 저 멀리 뾰족 튀어나온 섬의 모양이 멋졌다.

우리는 오후 4시 이후 들어갈 수 있는 '오후권' 티켓으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입장했는데 그걸로 충분했다.

(티켓은 코다휴게소에서 구입 후, 오후권이라 차액을 환불받음)


아무래도 대표 관광지여서일까?

지난 3일간 오키나와를 돌아다니며 만나기 어려웠던 한국인들이 수족관에 다 모여있었다.


물고기에 대한 내 감상을 말하려다가도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속삭이게 됐다.


오랜만에 수족관에 오니 어렸을 때 코엑스와 63빌딩 아쿠아리움에 갔던 게 생각나더라.


엄마가 사촌언니만 핑크색 고래 인형을 사주고 나는 안 사줘서 엄청 울었었는데. 아, 다시 생각해도 정말 서러운 기억이다.


수족관을 둘러볼 때 나는 꼭 어느 물고기가 제일 못생겼나를 찾게 된다. 못생길수록 귀엽고 정감이 간다.


이곳에는 무려 '슈렉 물고기'가 있었다. 나의 최애로 등극.


눈 튀어나온 게 닮았다는 이유로 중학교 친구들이 지금까지도 나를 부르는 별명인 주황색 물고기 '니모'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주홍 pick 못생긴 물고기 퍼레이드. 제일 오른쪽이 '슈렉 물고기'


여러 빛깔로 빛나는 해파리 모습을 멍하니 보는 것도 좋았다.

부드럽게 유유자적 헤엄치는 움직임이 꼭 아무 걱정 없는 우아한 몸짓으로 보인다.


평소엔 보기 힘든 입을 꾹꾹 다문 다채로운 조개들은 또 어떻고.

규모가 큰 수족관이다 보니 색다른 어종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대형수조에서 헤엄치는 고래상어와의 만남이었다.



처음 보는 거대한 고래상어와 만타가오리.

팬서비스일까? 그들은 덩치에 비해 비좁은 수조를 2분에 한번씩 뱅글뱅글 돌았다.

고래상어가 머리 위로 올때마다 신나게 셔터를 눌렀다.


아니, 팬서비스는 무슨. 스트레스 분출이라고 보는 게 더 맞겠지.


거대한 수조 속 60여종 생명체가 요동치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자연의 신비에 대한 경이감이 몰려왔다.


회사 선배는 유튜브에서 이 수조 모습을 오래 촬영한 영상을 멋진 음악과 함께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곤 했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고래상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찾아보니 예전에는 고래상어가 3마리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갔을 때는 1마리뿐이었으니 나머지 2마리는 어디 갔는지.


니들이 인간 때문에 참 고생이 많다.

물론 그런 인간들에게 티켓값을 보태준 인간 1명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수족관 밖에서는 맞은편 섬이 정가운데에서 보이는 멋진 위치에서 오늘의 마지막 돌고래쇼가 진행 중이었다.

'오짱쇼'라고 불렀던 것 같다.


돌고래쇼를 처음 본 나는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

3마리가 동시에 같이 점프하는 모습, 박수를 치듯이 움직이며 애교를 피우는 모습, 작은 고기는 안 먹고 큰 고기만을 골라먹는 모습. 저렇게까지 훈련이 가능하다니 생각보다 훨씬 더 지능이 높구나 싶더라.


다만 인기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가 이곳에 오면 얼마나 가슴 아파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 놓고 즐길 수는 없었다.

우영우는 최소 수족관 밖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는 했을 거다.


실제 돌고래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평균 수명보다 훨씬 짧게 밖에 못 산다는 글을 봤다.



영화 '아바타'는 객관적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게 한다.


자연과 공생하는 '나비족'에게 동물로 돈벌이를 하려는 침입자 '인간'은 악일 뿐. 우리는 영화를 보며 놀랍게도 '나비족'을 응원하며 '인간'의 정반대편에 서게 된다.


특히 고래와 다를 바 없는 영화속 '툴쿤'의 사냥 장면에서 인간의 잔혹함은 극에 달하는데, 해양환경 보호 메시지를 주려는 감독의 의도일 거다.


'대표 관광지'라는 마음에 별다른 생각 없이 방문한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나는 영화 '아바타 2' 속 툴쿤사냥을 하는 인간이 된 느낌을 받았다.


분명 그들은 거대한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다, 잔혹한 인간들의 덫에 걸려서 이 비좁은 수조로 들어오게 되었을 거다.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또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게 된 게 사실이다.


아마 내인생에 수족관은 다시 안갈 것 같다. 스킨스쿠버로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 만나게 되는 거면 몰라도.


하지만 만약 나중에 내 아이가 수족관에 가보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또 다른 문제일 수 있겠다.



나하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아이에게 수족관을 데려가야 한다 VS 데려가지 말아야 한다를 두고 격론을 벌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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