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주홍 Mar 12. 2023

100년 맛집이라더니 실망. 백년고가 우후야

오키나와 여행기 7

"야! 야!"하며 깨우는 네비 덕에 정신이 번쩍번쩍 들어 도착한 곳,

오키나와에서 역사가 제일 오래된 맛집 중 하나인 백년고가 우후야.

https://ufuya.com/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사랑 가족이 방문한 것을 계기로 한국인들에게 특히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시뻘건 건물과 암수 시사가 우리를 맞이했다.



입구에는 오키나와 전통 복장을 입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서계셨다. 예상 대기시간이 45분인데 괜찮겠냐고 근엄하게 물으셨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였는데도 긴 대기시간에 짐짓 놀랐지만, 여유 있는 미소를 날리며 okay 사인을 보냈다. 조금 전 휴게소 튀김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덕이다.


'45분쯤이야 오키나와 대표 맛집에 대한 예의이지요.'


빨간 기둥이 인상적인 긴 길을 마주하니 교토 '여우신사'가 생각났다. 참 예뻤었는데.

제법 긴 길을 촐랑촐랑 내려가니 우후야의 '진짜' 입구가 나왔다.



우후야 주변에는 식사 말고도 볼거리가 많았다. 이 지역의 오래된 전통가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공간도 있었고, 고즈넉한 시골길도 '걷는 맛'이 있었다.


아이스크림과 빵을 먹으며 (아마 밥 먹고 후식으로 사 먹으라는 의도였겠지?)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대기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대다수 손님들이 자리하는 곳은 1층인 것 같던데, 우리는 2층으로 안내받았다.


1층은 창문이 없어 폭포수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반면, 2층은 거대한 통장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어둡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뭐 여기까진 그런대로 괜찮았다.


사람들이 보통 많이 가는 1층(좌)과 내가 앉은 2층(우)


자리에 앉은 우리에게 직원이 테이블 번호가 적힌 종이를 내밀 때부터 사실 기분이 좀 별로였다.


종이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주문을 하라는 눈치였는데, 나는 메뉴판을 보고 직원이 추천해 주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원은 종이만 툭 던지고 사라져 버렸다.


 디지털 시대, 인간 소통의 단절이여.

서글픈 까막눈은 일본어가 안돼 따질 수도 없었다.


순간 내가 늙은 건가 하는 느낌과 함께.

스마트폰 다루기가 익숙지 않은 어른들끼리 일본 여행을 오면 이제 주문조차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R코드를 읽으니 이번에는 라인 어플이 필요하다고 한다. 로밍 요금제 데이터 난민에게 어플을 다운 받으라니 정말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닙니까? 일본에서는 라인이 우리나라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다 보니, 외국인들의 이런 불편함을 생각 못했나 보다.


어플 설치하고, 회원가입 끝에, 어찌어찌 URL을 보내 감으로 메뉴판 보기에 성공.

그런데 일본어 일색에, 음식사진이라고는 너무 작아서 어떤 메뉴인지 파악이 어려웠다.


돈 내고 밥 먹겠다는데 정말 이렇게 어려울 일이냐. 히든카드 네이버 '스마트렌즈'를 이용해 메뉴판을 번역해보려고 해도 잘 안 됐다.


뭔가 따봉 비슷한 표시가 있는 것이 주방장 추천이겠거니 싶어 대충 면 하나 돈가스 하나 주문 완료.



나름 오키나와 돼지인 '아구'의 일본어 글자 생김새를 찾아서, '아구'를 활용한 음식들로 시켰다. 제주도에 흑돼지가 있다면, 오키나와에는 아구가 있다 이거야.


낑낑거리며 맛본 이 음식들의 평가는 어떠냐고?


제주도 흑돼지 win.


돈가스야 사실, 뭘 어떻게 튀겨도 맛있는 음식이니. 아구 돈가스가 1일 50개 한정이라고 본 것 같은데도 별다른 특별함은 없었다. 내 입맛엔 한국 사보텐 여름세트가 최고다.


또 다른 메뉴는 소바 위에 아구 고기를 올린 것. 싱거웠다. 차라리 국물에 기름이 둥둥 떠다닐 정도로 느끼한 편이 더 좋았을 듯 하다.


결국 누군가가 오키나와 맛집을 물었을 때, 우후야를 추천해주진 않을 것 같다.


100년 전통가옥인만큼 인테리어는 그럴싸하지만,

결국 음식의 기본인 맛과, 음식점의 기본인 서비스 떨어지자 만족도가 크게 내려갔다.


다음에 또 오키나와를 방문하게 된다면 우후야 보다는 현지 가정식 맛집을 가보고 싶다.

이상 '아구'를 아구아구 먹으며 툴툴 거린 백년고가 우후야 방문 후기.


그리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대망의 츄라우미 수족관!



이전 06화 똥냄새 맡으며 일어나 만좌모 다녀온 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