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목표가 생기면 수첩에 무조건 썼어. 그때 그런 게 유행이었거든. '쓰면 이루어진다. 전 우주가 도와준다.' 나도 꽤 열심이었지."
"들어본 적 있는거 같아요. 지금은요?"
"지금은... 계획하지 않아. 그냥 시작하지."
스마트폰 위를 손가락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뭘 찾으시려고...
"옛날에는 이 시를 무척 좋아했어. 누군가 이름이 불러주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다가 니가 내 이름을 불러줬을때 난 너에게 꽃이 되었다는.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 꽃이 될 필요도 없고, 더욱이 누군가의 꽃이 될 필요는 더 아닌거지.
소설가가 되고 싶으면 그 순간부터 소설을 쓰면 되는거야. 누군가가 나를 소설가로 부르는 순간을 기다리고 상상할 필요는 없어. 멋진 피엠이 되고 싶다고! 지금 멋진 피엠이 되면 돼."
꽃 - 김춘추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