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법학은 법학부 4년, 사법시험 준비 2년, 사법연수원 2년에 이르는 총 8년의 기간을 요하는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고작’ 3년 동안 법학을 배워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 제도에 대해 기성 법조인들은 많은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법시험 시절에 법학부 4년 동안 배우는 법학 전공과목 이수학점은 적으면 36학점에서 많아야 48학점, 최대 72학점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법학 전공이 아닌 사람에게는 35학점의 법학 학점 이수만으로도 사법시험 응시가 가능한 게 사법시험 시스템이었다.
반면 로스쿨은 3년 동안 이수해야 하는 전 과목이 법학이며 한 학기에 최대 18학점을 들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108학점이고, 마지막 학기를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90학점 이상의 법학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여기에 변호사시험 자체가 사법시험 1차와 2차, 그리고 사법연수원 1년차(2년차에는 실무수습 기간) 시험을 합친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험 준비도 병행된다.
따라서 ‘고작’ 3년이라고 하지만 로스쿨 재학 중 압축된 기간 동안 진행되는 학습량은 결코 기성 법조인에게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3년 동안 단순히 학습량을 넘어선 ‘리걸 마인드’가 로스쿨 재학생에게 자리잡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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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 마인드는 한 마디로 ‘법적 논리의 내재화’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이 사건이 법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 되며, 판례상 여기까지는 수용되고 여기까지는 거절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법을 적용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다.
말로는 쉽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학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리걸 마인드는 ‘논리’의 내재화이기 때문에 논리 구성에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인다. 리걸 마인드를 쉽게 받아들이는 로스쿨 학생은 3년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고 오히려 2년 이내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수준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학을 기존에 공부한 것과 무관하게 논리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학이나 수학에 강한 이공계 출신들이 의외로 강점을 보인다.
최근 각 로스쿨에서는 LEET에서도 추리논증 점수를 좀 더 높은 비중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리걸 마인드 수용 문제도 한 몫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논리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논리 훈련이 상대적으로 덜 되어 있는 학생은 법조인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3년의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 중간에 휴학을 해야 하는 걸까? 아예 진학 자체를 포기하는 게 답일까?
이미 로스쿨을 졸업하고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보면, 리걸 마인드가 뛰어난 이들만이 성공적인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다.
‘법’은 논리 기계가 만드는 것이 아니며, 리걸 마인드를 내재화한 대법관들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들이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생활에서 쓰이는 민법을 포함한 대부분의 법은 ‘논리’와 사실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법을 만들 당시의 상황이나 현실적인 환경 변화, 상식에 맞춘 법리 해석이 적합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특정 전문 영역(세법, 공정거래법, 저작권법, 노동법 등)으로 들어오면 해당 분야의 관행이나 사업 양태, 근로 관계 등 전혀 다른 이유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리걸 마인드와 ‘탁월한 업적’을 이루어낸 변호사는 사실 별 상관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판사라면 상관관계가 클 수 있지만 그 외의 영역(검사, 변호사)은 오히려 집요함과 집중력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당신이 리걸 마인드가 없는 것 같다고 해서 법조인의 길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법조 시장이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법조인이 필요한 사회 영역은 아직도 많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영업 능력만으로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영역이 법조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대형로펌의 파트너 중에는 서면 작성 실력보다 술 실력이 뛰어나 파트너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로스쿨 과정을 잘 이겨내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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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 마인드가 부족하고 법학 사전 지식도 모자란다면 당연히 학점도, 변호사시험 성적도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보통의 경우 시험은 논리력이 부족하면 학습량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야 한다. 과거 사법시험 시절에 리걸 마인드가 뛰어난 수험생은 소년 등과를 한 반면, 수년 만에 겨우 합격한 학생은 두껍기 그지 없는 법학 교과서를 ‘10회독’ 했다는 전설 속에 합격한 일화가 남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학습량은 완전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 시간과 상당한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로스쿨에 입학한 다음, 비법학사 출신이며 법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학생이라면 90학점을 넘는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에 바빠 배운 법학을 체계화시키기 어렵기 마련이다.
결국 비법학사이고, 논리학과 연관없는 공부를 해온 로스쿨 학생일수록 로스쿨 입학 전 2개월, ‘프리 로스쿨 과정’을 반드시 들어야만 한다.
프리 로스쿨 과정은 각 로스쿨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입학 전 2개월 동안 법의 기본인 ‘민법, 형법, 헌법’의 기초를 가르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로스쿨 수험 과정은 7월 중순(2018년부터, 2017년까지는 7월 말)에 LEET를 치르고, 10월부터 모집하기 시작하여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면접을 치르고, 대략 12월 초순 정도면 합격자 발표를 하게 된다. 예비 합격자가 최종 합격 명단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해도 대강 12월 중순이면 합격자 발표가 끝나는 셈이다.
때문에 1월부터 2월 말까지의 기간이 비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진행되는 것이 바로 프리 로스쿨이다.
대부분의 로스쿨 재학생에게 이 기간이 왜 중요한지 묻는다면 ‘1학년 1학기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로스쿨은 학점이 높은 학부생이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 학점 관리와 고시 답안에 익숙한 학생들이 1학년 1학기에 상위 성적을 받기 마련이다. 또한 이때의 성적이 3년 내내 가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 대형 로펌 등은 이른바 ‘입도선매’를 하기 때문에 1~2학년 사이의 성적에 따라 대형 로펌 등에 나아갈 기회가 정해지기 마련인 점도 있다.
하지만 졸업 후 사회활동을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볼 때 굳이 검찰, 법원, 대형로펌에 목숨을 건 것이 아니라면 성적은 성공과 비례관계가 아니다. 물론 성적이 좋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1학년 1학기 성적 결과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프리 로스쿨 시즌의 중요성은 ‘법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대해 익숙해질 수 있으며, 가능하면 ‘리걸 마인드’를 머릿속에 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는 논리학이나 논리 마인드를 충분히 공부하지 않는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경제학 제외) 분야 출신자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과거 법학을 학부에서 배우던 시절에도 법학과 학생이 사법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신림동 강의를 듣거나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왜냐하면 리걸 마인드를 학부 시간에 가르치는 교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물며 본래 배우는 과목에 논리학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 리걸 마인드를 내재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점에서 프리 로스쿨 시즌에는 형법이나 헌법보다 ‘민법’, 그 중에서도 계약법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계약법이야말로 로마법 이래로 법의 기본형이며, 리걸 마인드를 세우는 데 가장 좋은 파트이고, 나아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난삽해 보이는 법에 의외로 논리체계도가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법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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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무척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민법, 특히 계약법의 기본을 잡아둔다면 이후 다른 법 분야를 공부하는 일은 훨씬 쉬운 일이 된다. 법적 논리 체계 안에서 지식을 추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2개월 동안 리걸 마인드를 충분히 잡기는 어렵고, 또한 법학 답안은 이른바 ‘고시 답안 구성’을 따라야 하는 점이 있어서 생각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적어도 ‘프리 로스쿨’ 기간 동안 계약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3년 동안 법을 공부하는 일은 한결 쉬운 일 될 것만은 분명하다.
이 점에서 프리 로스쿨 2개월의 기간은 로스쿨 재학생에게 3년의 시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