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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un 06. 2017

약속시간

데이 트랜드


시계의 초침이 흐릅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지루하죠.
이 장소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더라도 이들은 나에게 타인일 뿐입니다.
이들이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내게는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에 불과해요.

커피향이 외로움을 달래주죠.

이 시간이 어떤 이에게는 영원한 맹세를 나누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내 옆에서는 평생을 살아도 볼 수 없는 재화가 오가고 있을 수도 있어요.
여기서 끝내 만나지 못하여 실망한 채 길을 나서는 사람도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과 이야기와 약속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약속은 의미있는 사람과의 서약이죠.
시간은 내 삶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의 흐름입니다.

그러니까,
나에게
이 시간의 의미는 ‘당신’이 도착할 때까지는 존재하지 않아요.

오직 ‘당신’과의 만남만이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이 무의미한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죠.
코를 찌르는 커피향을 감미롭게 만들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듭니다.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올 것이기 때문이구요.
당신을 기다리기 때문이에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이곳에서.
당신과 약속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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