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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Dec 17. 2021

저는 모순덩어리입니다.

그림책<뭐라고 불러야해?>

“해소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저는 교만하고, 완벽하고 싶고, 저의 행복 원천은 나누어 주는 것이고 줄 수 없음은 불행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무기력해 집니다.”     


용사는 우연히 만나면 늘 웃는 얼굴로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해서 저도 더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됩니다. 용사에게는 상대를 즐겁게 하는 강점이 있습니다. 한달 만에 다시 만난 용사는 메모지에 빼곡이 써서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상담일정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전날 밤에 연등을 하며 메모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잠시라도 상담을 생각하며 고민되는 부분을 적어오는 내담자,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보는 내담자를 상담사로서 모두 대환영입니다. 적극적으로 자기에 대해 들여다보고, 탐색하려는 용사들이 기특합니다. 누구나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앞으로 남은 삶이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시간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삶의 질은 다를 것입니다.     


용사는 신학과 학생으로 늘 자기와의 싸움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성직자를 꿈꾸면서도, 부담스러워 하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생각이 많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고,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생각보다 잘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반면 ‘내가 뭐라고 잘난 것도 없는데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지?’라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으로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00 씨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낄까요?”

“제가 풋살을 좋아합니다. 그걸 할 때 스트레스가 해소되서 좋은데, 또 하다보면 경쟁에 몰입하게 됩니다.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제가 있습니다.”

“아직 20대 초반이고, 학생이잖아요. 제가 보기엔 00 씨가 이미 성직자가 된거 같아요. 다른 용사들처럼 게임 이야기, 운동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해도 좋을거 같은데 말이지요. 군대에 있는 동안이라도 저는 성직자 00 씨 말고 20대 초반의 대학생 00 씨, 군인의 모습으로 있어도 좋을거 같아요.”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모범답안처럼 정답을 말해야 하고, 반듯해야 하고, 본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을 배려해야 되는 틀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용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고민이 되고, 틀에 갇히는게 두렵기도 합니다. 

     

천준형 작가의 그림책 <뭐라고 불러야 해?>에서 놓여진 환경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진 ‘명태’가 우리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습니다.   

   

너는 나를 뭐라고 부를거야?

나는 널 뭐라고 부르면 돼?     


명태는 그물로 잡혔다고 ‘망태’, 낚시로 잡히면 ‘조태’, 수산 시장에 가면 ‘생태’, 꽁꽁 얼렸을 땐 ‘동태’, 속이 노랗다고 ‘황태’, 껍질이 검으면 ‘먹태’, 하얗다고 ‘백태’, 코 꿰어 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 등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네요. 

나는 한명인데 이름이 여러개면 혼란스러울거 같습니다. 이름은 역할로 볼 수도 있겠지요.  

저는 남기숙이고, 엄마, 자기, 기숙아, 상담관님 등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요. 남기숙으로 불릴 땐 저를 대표하는 익숙한 이름이어서 자연스레 네!하고 손을 들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로 불릴 땐 아이가 저를 부르는 호칭이라 그런지 뭉클해집니다. 자기~라고 불리는건 짝꿍이 부르는거라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숙아로 불릴 땐 부모님이 불러주시니 애뜻합니다. 상담관님은 제 2의 저의 모습이어서 익숙합니다. 작가로 불리면 저의 또 다른 꿈이기에 두근두근 설레입니다. 

이렇게 많은 역할 중 불리고 싶은 이름, 불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 있을거 같아요. 이럴때는 진정 내가 원하는 이름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분명 모두 ‘나’이지요. 타인이 규정짓는 이름 보다 스스로에게 불러주고 싶은 이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으로쓰담쓰담 – 셀프테라피]

Q. 스스로 뭐라고 부르고 싶으세요? 뭐라고 불리고 싶은가요?     

Q. 그렇게 불리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상담자가 건네는 마음]

다양한 역할 중에서 진정 행복감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많이 불러주세요. 그리고 많은 이름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강점으로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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