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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Jan 02. 2022

1년 동안 숨만 쉰 거 같습니다.

그림책<한밤의 정원사>

“상담관님 1년 넘는 기간 동안 숨만 쉰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공부도, 제가 좋아하는 일도 찾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상병이 되어 짧은 머리보다 조금은 긴 머리가 익숙해진 용사는 허무한 표정으로 그동안 아무것도 못 했다고 속상해합니다. 상담을 오면 장난기 어린 얼굴로 툭툭 진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용사인데 오늘은 좀 더 진지해 보입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런 건지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는데 이제는 전역 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 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연등도 하지도 않고 뭐했냐며, 해놓은 게 없다고 속상해하고 있습니다.


일과 후 용사들은 개인 정비 시간이 있고, 밤에 10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연등 시간이 있는데요. 그 시간까지 공부하는 용사들을 서로 대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체력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목표 없이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용사들은 군대에 와서 미래를 결정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각할 시간은 많을 수 있으나 업무를 하다 보면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정보를 찾아보거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회에 있을 때보다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새 전역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점점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습해 오지요. 

그럴 때는 사회에 있을 때 학생이었던 용사들에게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적응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사회에 있으니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나 일을 하고 왔던 용사들에게는 기존 회사에 돌아갈 수 있는 용사들은 돌아가는 방법, 군대의 단기 전문하사를 선택해서 용돈을 벌며 정보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도록 권하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좋아하는 일, 내게 잘 맞는 일을 한눈에 알아보고 찾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원하는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튜브나 책, 검색창을 열심히 보며 찾으면 될까요? 물론 그 노력 또한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겪어봐야 그 일이 내게 맞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나의 강점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몸으로 부딪쳐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이 아니면 다른 일,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해보고 찾아보면 될 것입니다.      

“00 씨, 1년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요? 1년 동안의 00 씨의 시간을 잘 살펴보면 좋겠어요.”


1년의 시간 동안 용사들은 원하지 않는 환경에서 지금까지 잘 버티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저는 그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를, 만족감을 느끼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진정 원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하고 있나요?


테리 펜 글, 에릭 펜 그림의 그림책<한밤의 정원사>에서는 꾸준함으로 생명력을 심어주고 변화를 일으키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나무에 생명이 입혀지고, 시간의 흐름으로 색깔이 입혀지고, 마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보육원에 사는 윌리엄은 할아버지의 마법에 반했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밤의 정원사 할아버지와 함께 밤이 깊도록 마을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윌리엄에게도 기회가 찾아옵니다. 윌리엄은 큰 노력을 했겠지요? 계절의 바뀌고 정원사가 마을을 다녀간 흔적이 사라져도 마을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윌리엄은 자신을 위해, 마을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한 땀 한 땀의 땀이 모여 추구하고자 하는 무엇을 이루었듯 열심히 살아가는 나에게 응원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노력해서 얻었던, 얻지 못해도 노력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요. 우리.      



[그림책으로쓰담쓰담 셀프테라피]     

Q. 내가 마주한 2021에 한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한 땀 한 땀의 노력)은 무엇인가요?

내가 마주할 2022에 의미 있게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상담자가 건네는 마음]

고군분투할지라도 그 노력 또한 멋지다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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