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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찾게 된 여행에서

회고

1.

여행지는 강원도 속초 그리고 인접한 지역인 고성으로 정했다. 군인이었던 나는 낭만이 넘쳤고 10박 11일 휴가를 홀로 떠나는 국내여행에 썼다. 여행을 떠나며 꼭 지키고자 마음먹은 2가지 원칙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휴대폰은 일절 사용하지 않을 것, 두 번째로 만나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려주고 그린 그림을 선물로 주기로 한 것이었다. 요즘 쇼츠로 유행하는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그림 선물하기’ 컨텐츠랑 비슷했다. 내게 그림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보였다


2.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지?’, ‘내가 잘하는 건 뭐지?’, ‘어떤 것에 열정을 쏟지?’ 여느 20대 초반과 같이 고민이 많던 시기. 여행지에서 '그림 그려주기 컨텐츠'를 통해 우연히 만난 인연들이 내가 그려준 그림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게 된 건데, 어쩐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지 감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그려주며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보았다만, 그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음을 어린 생각으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아쉽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그게 바로 타투였다.


3.

‘타투는 사람들에게 그림도 그려줄 수 있고, 즉각적으로 손님들이 기뻐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지 않나?’ 당시의 난 또래에 비해 그림도 잘 그렸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퍽 즐기는 사람이었다. 또 내 능력으로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돈을 벌고 싶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싶었다. 


4. 

타투이스트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능력이 있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자영업과 프리랜서가 합쳐진 주도적인, 자유로운, 일이다. 내가 타투이스트가 되는 게 꽤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해결된 나는, 이듬해에 전역하여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고성의 한 기왓집> sketch, pen on paper, 2017.
<Light house> sketch, pen on paper, 2017.
<Sauna> sketch, pen on pap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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