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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Aug 11. 2021

당신을 소개해 보세요

책임과 의무만 존재하는 자아

"당신을 소개해 보세요."


내가 지난 3년간 다녔던 상담센터 원장님의 말씀이었다.

다닌 지 1년이 넘어서 받은 질문이었기에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신 것은 아니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때 받은 질문이었던 것 같다.


"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이고 OO 병원에서 근무했었고,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책임과 의무만 있네요.

그것 말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나요?"


"......."


이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나는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

오랜 세월 나를 괴롭혀 왔던 불안의 근원을 찾아, 나를 치유하고 싶다.


 지금 내가 에너지를 쏟는 가치는

'삶에 대한 통찰'인 듯하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외부에서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반면, 나는 내면을 파고들며 나에게로 향하는 시선에서 나 자신과 삶에 대한 통찰을 추구하며 산다.

물론 글을 잘 쓰고 싶지만, 나는 이제 무언가를 기술적으로 '잘' 하는 것 이상으로 과정을 즐기면서 자연스레 터득해 나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도전해 보고자 한다.

이런 나를, 응원한다.

 

 책을 읽는 나는, 이미 읽은 페이지와 남아 있는 페이지의 촉감을 기억하며 다 읽은 순간을 무의식 중에 기다린다. 거기에서 읽고 있는 나와 다 읽은 내가 만날 것을 알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듯이, 글을 쓰는 나도 어딘가에서 나 자신을 기다리리라.*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며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내 삶의 기록을 남겨 거기에서 의미를

찾는 나를 향해 이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며 글을 쓰리라 다짐해 본다.


*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에서 인용

에바 앨머슨의 <활짝 핀 꽃>을 보고 딸이 그린 그림-나의 내면에도 이렇듯 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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