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스타카토(staccato)와 스피카토(spiccato)입니다. 스타카토는 음을 끝까지 내지 않고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주법입니다. 음을 끝까지 고르게 내는 legato의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노자키 교본 1권에 보면 스타카토란 ‘운동을 빠르게 하고 음과 음과의 사이에 쉼표를 넣어 선명한 음을 내어 구분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개 4분 음표에 스타카토 표시가 있으면 8분 음표로 간주하고 연주하라고 하지만, 곡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표현이 필요하므로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 연주자들이 스타카토를 처음 배우는 소리를 들어보면 군인의 움직임처럼 절도 있지만 한편 메마른 느낌이 듭니다. 반면 전문 연주자들이 하는 스타카토는 유연하고 다양합니다. 직선과 곡선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방법으로 스타카토를 연주하든 공통점이 있다면 음과 음 사이에 멈춤이 있고, 다음 시작음은 줄에 밀착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허공에 뜬 것처럼 소리가 흩어집니다. 스즈키 1권에 나오는 작은 별 노래를 스타카토로 연주하려면 팔꿈치를 힘차게 움직이는 정도로 가능하겠지만, 스즈키 4권에 나오는 곡의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스타카토를 소화해 내려면 검지 손가락으로 활을 눌러주어 스타카토의 시작음은 붙여주고, 끝음을 띄워준 뒤 재빨리 다음 음의 시작을 위해 활을 밀착시켜야 합니다. 검지손가락으로 이 정도까지 활을 컨트롤하는 것은 고난도의 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스피카토(Spiccato)는 더 어려운 기법입니다. 관객이 보았을 때 활을 튕긴다는 느낌이 드는 스피카토는 활을 억지로 튕기는 것이 아니라, 활의 반동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활이 튀게 되는 주법입니다. 활이 튀게 되면 가벼운 음을 매우 빠르게 연주할 수 있고 스타카토보다 더 유연하게 음과 음을 끊을 수 있습니다. 제가 연주해 본 곡 중에서는 Mozart의 경쾌하고 밝은 곡에 스피카토로 연주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스타카토와 스피카토는 모두 어렵습니다. 음을 끊으려면 힘이 필요한 것 같아 팔과 어깨에 힘을 많이 주게 됩니다. 활을 튕기려면 손과 팔을 이용하여 일부러 튕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활 밀착은 어려워지고, 소리는 가늘고 힘이 없어집니다. 활이 줄에 단단히 물려 땅을 딛고 도약하듯 가볍게 연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을 끊고, 활을 튕기려면 절도 있게 큰 관절 위주로 사용하면 될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잘 되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여야 해요.”
스피카토를 할 줄 몰라 곤란해하던 저에게 바이올린 선생님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손가락은 활을 잡고 있는데, 움직이라니요? 활 잡는 법도 어려운데 잡은 상태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팔 운동을 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깨와 팔꿈치 운동이 큰 관절과 대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라면, 활을 잡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소근육 운동입니다. 활을 잡은 손가락 중 검지와 약지는 어느 정도 활에 붙이되, 활을 놓치지 않을 범위 내에서 전체적인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활을 움직여줍니다. 이때 손가락만으로 활을 컨트롤하려고 하면 잘 되지 않고, 역시 손바닥의 근육을 함께 사용하여 전체적인 손 모양을 만들어줍니다. 처음에는 볼펜을 쥐고 연습하고,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활로도 연습합니다.
스타카토와 스피카토를 연습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저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어깨와 엄지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어깨는 제가 쓰는 상체 관절 중 가장 큰 관절이고, 엄지 손가락을 손가락 중 가장 힘이 센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뭔가 잘 되지 않으면 가장 크고 힘이 센 관절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를 하려면 소근육을 잘 다루어야 합니다. 관객의 눈에는 띄지 않는 손가락의 작은 근육과 관절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냐에 따라 연주의 다양성과 완성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우리 몸이 유기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강하고 드러나는 움직임에는 일단 큰 관절이 필요하지만, 정교하고 난이도가 높은 움직임을 위해서는 작은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이 꼭 필요합니다. 평소에 큰 관절, 대근육만 사용해다가 갑자기 작은 관절을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바이올린을 하면서 평소 소근육 운동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20대의 저는 눈에 드러나는 큰 움직임에 주력했습니다. 학업, 직업, 직장에서의 성과, 눈에 보이는 큰 움직임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40대가 되고 나니 잘 드러나지 않는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안정, 함께 시간 보내는 것,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지는 것 등이 저의 작은 움직임입니다. 큰 움직임을 위해 작은 움직임을 희생하다 보면 어느새 전체가 삐거덕거리고 삶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몸도, 삶도 유기체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언제쯤 스타카토와 스피카토에 숙달할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저의 소근육을 깨워 지루한 연습을 반복해야겠지요. 거울을 보고 제 모습을 관찰하며 소근육을 깨워봅니다. 여러분도 새해에는 작은 것들의 움직임을 깨우는 한 해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