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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Jun 12. 2024

그림 속 큐피드의 실례

야뇨증과 주간빈뇨증후군


안녕하세요?

오늘은 소변을 보는 아동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아동기에 흔히 호소하는 소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린 남자아이가 시커먼 독수리에게 잡혀가는 그림이 있습니다.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1606-1669)<가니메데의 납치 또는 강간>니다.

그리스 신화에 가니메데스(또는 가니메데, Ganymede)라는 트로이의 미소년이 있는데, 제우스가 그에게 반해 독수리로 변장한 다음 납치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동성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렘브란트는 가니메데스를 동성애의 대상인 미소년이 아니라 어린아이로 그렸습니다. 독수리에게 잡혀가는 아이는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고 있는데, 다리 사이로 소변을 보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렘브란트, 가니메데의 납치(The Abduction of Ganymede), 1635, 드레스덴 주립 미술관

적당한 수준의 긴장을 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방광의 평활근은 이완되고 괄약근은 수축되어 소변을 참을 수 있게 됩니다. 더 급한 일이 있으니 일단 소변을 참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면, 극도로 흥분한 교감신경계에 맞서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대개 300cc 이상 방광이 차면 요의를 느끼는데, 갑자기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아직 요의를 느끼지 않아도 방광 평활근을 수축시키고 괄약근을 열어 소변을 보게 됩니다. 공포에 질려 소변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끌려가는 가니메데스의 표정이 너무 가여워 보입니다.


아동이 소변을 보는 그림이 또 있습니다.

지난 연재의 <비만을 그린 그림들>에서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의 술의 신 바커스(Bacchus, 또는 디오니소스)를 그린 <바커스>가 있었습니다. 바커스의 왼쪽에는 떨어지는 술을 받아먹는 아이가 있고, 우측으로는 소변을 보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동을 <putto>라고 부릅니다. putto란 작품에 등장하는 통통하고 벌거벗은 아동으로 대개 천사나 큐피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바커스의 그림에는 2명의 putto가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이 배를 내밀고 당당하게 소변을 보고 있어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루벤스는 다른 화가들과 달리 바커스를 매우 비만한 체형으로 그렸고, 그림 속에서는 술의 신답게 잔이 넘치도록 술을 부어 마시고 있습니다. 루벤스가 바커스를 방종과 무질서의 상징으로 본 것인지 아니면 풍요와 자유로움의 상징으로 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이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물이나 음료를 많이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본다'는 것입니다. 왼쪽의 아동은 바커스의 잔에서 떨어지는 술을 받아마시고, 오른쪽의 아동은 대놓고 소변을 보고 있는 데,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primary polydipsia>라는 진단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량이 늘어나고 극단적으로 많이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뇌부종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변을 많이 보는 환자가 있다면 일단 물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풍요라는 단어는 긍정적이지만, 우리 몸의 배설 시스템은 들어오는 양이 너무 많으면 조절을 위해 체외로 다시 내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벤스, 바커스, 1638-1640, 에르미타주 미술관  


태아는 반사적 방광 수축에 의해 배뇨를 하게 되는데, 출생 후에는 하루 15-20회, 생후 1세에는 12회, 12세 경에는 하루 4-6회 정도의 배뇨를 할 수 있습니다. 만 14세까지 방광의 용적도 증가하는데, 대개  (나이+1) x 30ml 정도를 기대 방광 용적으로 봅니다.


2-4세 경 배변 훈련을 시작하며 배뇨 조절 과정을 배우는데, 방광이 차는 것을 인지하고 방광 이완을 대뇌에서 억제하는 법, 괄약근을 수축하고 방광 용적이 늘어나는 것 등의 발달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밤 소변을 가리게 되는 나이는 대개 만 5세(여아 만 5세, 남아는 만 6세까지)로 기준을 삼게 됩니다.  


외래에서 흔히 보게 되는 아동의 소변 문제는 크게 야뇨증과 주간 빈뇨 증후군입니다.


야뇨증은 만 5세 이후에 적어도 연속 3개월 이상, 주 2회 이상 수면 중 조절하지 못하고 소변을 보는 것입니다. 1) 밤중에 소변이 마려운 것을 느껴서 스스로 화장실에 가는 것은 야뇨증이 아니라 야간뇨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녁 식사 후 자기 전까지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야뇨증에는 여러 가지 원인 요소가 관여합니다. 야뇨증이 없는 소아는 수면 중 생체 리듬에 의해 항이뇨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고 소변량이 감소하지만, 야뇨증 소아에서는 수면 중 항이뇨 호르몬이 덜 분비된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야뇨증을 수면 시 각성 장애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고, 배뇨 반사를 조절하는 대뇌의 미성숙함 때문에 일어난다고도 봅니다. 가족력이 44-50%에 이르기에 유전적 요인도 관여합니다. 1)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밤소변을 가리지 못한 경우를 1차성, 적어도 6개월 이상 소변을 가리다가 동생이 태어나거나 환경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밤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2차성 야뇨증이라고 합니다.


야뇨가 있으면서 주간에도 빈뇨, 절박뇨 등 소변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밤에만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를 단일 증상 야뇨증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야뇨증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야뇨증이 어린이의 성격 형성이나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합니다. 2)


야뇨증 아동은 주간 증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기본 소변 검사 등을 통해 요로감염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치료로는 행동 요법과 약물이 있는데, 행동요법에는 단순 행동 요법과 야뇨 경보기 사용이 있습니다. 단순 행동 요법으로는 밤에 소변을 본 후에 아이를 야단치거나 모욕감을 주지 않도록 하고, 밤에 실수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매일 배뇨일지를 아이가 적게 하고, 소변을 잘 가린 날은 충분히 칭찬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야뇨 경보기는 속옷에 센서를 붙여 소변을 보면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일종의 조건반사적 치료법인데, 약물 요법에 비해 재발이 적지만 가족 모두가 밤에 깨어야 할 수도 있어 노력이 많이 들고 번거롭습니다.


약물의 경우 이미프라민이라는 항우울제 계열의 약물이 방광을 이완시키고 소변량을 줄여줍니다. 이 약을 먹으면 식욕이 감소하고 수면 장애 등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항이뇨 호르몬 제제인 경구용 데스모프레신을 사용할 수 있는데, 3-6개월간 사용하고 감량합니다. 부작용이 적은 편이지만 수분 중독과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 자기 전에는 수분 섭취를 꼭 제한합니다.




 큐피드가 소변을 보는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화가 로렌조 로토(Lorenzo Lotto, 1480 – 1556/57)<비너스와 큐피드>입니다.



로렌조 로토, 비너스와 큐피드, 1520,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비너스는 화사한 얼굴을 하고 있고 큐피드도 웃고 있지만 두 사람의 자세와 행동은 다소 선정적입니다. 큐피드의 소변 줄기는 꽃잎으로 가린 비너스의 은밀한 부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결혼하는 부부에게 주는 선물이었다고 하니, 큐피드의 소변은 배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과 다산의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검사 도구가 없던 시절, 소변의 색깔은 중요한 진단 도구였습니다. 소변을 담는 플라스크를 들고 확인하는 장면은 의사들만의 업무이자 특권으로 자주 그려졌다고 합니다.


A medical practitioner examining the contents of a urine flask. CORNELIS DE BIE/WELLCOME IMAGES


붉은색 소변은 혈뇨, 검붉은 색 소변은 근육에 존재하는 마이오글로빈이 포함된 소변이 포르피린증에서 보이는 포르피린뇨일 수 있습니다. 검은 소변은 일산화탄소 중독 때 보이는 methemoglobinuria 등일 수 있고, 청색 소변은 간담도 폐쇄 등으로 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우윳빛 소변은 신증후군 등에서 phosphate 결정이 소변에 검출될 때 보일 수 있습니다. 1) 요즘은 소변 색만으로 요로계 질환을 진단하지는 않지만 딥 스틱이라는 도구에 살짝 소변을 묻히면 색깔이 변하면서 비중과 산도(pH)와 단백뇨, 백혈구(염증), 혈뇨 여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Ulrich Pinder’s 1506 urine chart. FOLGER SHAKESPEARE LIBRARY     urine dipstick test (wikipedia)


야뇨증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소아의 소변 관련 질환은 주간 빈뇨 증후군입니다.

아이가 배뇨통, 요실금, 야간뇨 등이 없으면서 갑자기 낮 동안 10-15분마다 화장실에 갈 정도로 빈뇨를 호소합니다. 대개 남아에서 생기고 배변 훈련을 완료한 4-6세에 발생하므로, 일시적 기능 이상이라고 봅니다. 유치원 등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거나 스트레스 관련 문제가 있을 경우 발생합니다. 이때에는 요로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아이가 방광을 충분히 비우는지 확인합니다. 약물 치료는 별다른 효과가 없고, 증상은 대개 2-3개월 내로 좋아집니다. 부모님은 걱정이 많이 되지만, 경과가 양호한 질환입니다.


폐렴으로 입원하여 주간빈뇨로 고생했던 6세 여아가 기억납니다. 아이는 입원하기 전부터 조금씩 빈뇨를 호소하더니, 입원 후에는 낮에 1시간 동안 10-15번 화장실을 갈 정도로 빈뇨를 호소했습니다. 아이의 주양육자인 할머니를 통해 여쭤본 결과, 아이는 최근 입학 경쟁이 치열한 영어유치원으로 옮기면서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고 합니다. 직장에 다니느라 바빠서 회진 시간에 오지 못했던 아이의 엄마는 전화로 '정말 콩팥이나 방광에 큰 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재차 물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방광이 억지로 참거나 불안했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언제든 소변을 볼 수 있게 안심시켜 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는 병실에 있는 동안은 휴대용 소변기를 주어 커튼 안에서 언제든 소변을 보도록 했습니다. 빈뇨는 퇴원 후 서서히 좋아졌습니다. 외래에서도 주간 빈뇨 아동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비슷한 병력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좋아집니다. 아이와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당분간은 소변을 참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방광 이완제를 써 볼 수 있지만 약의 효과와 무관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눈치 보지 않고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 아이들이 기억납니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들에게 도뇨관을 넣고 소변검사를 하거나 방광 천자를 하기 위해 기저귀를 벗겼다가 그 자리에서 오줌 세례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까 루벤스의 바커스 그림에 나오는 Putto처럼 거리낌 없이 시원하게 소변을 봅니다. 기저귀를 벗으면 시원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병원에 와서 긴장하느라 참았던 소변을 보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곧 아픈 검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불안과 공포에 소변을 본 것이었을까요?


성인이 아무 데서나 소변을 본다는 것은 비위생적이고 불쾌한 장면일 수 있지만, 아동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소변을 보는 모습은 이러한 불쾌감을 완화시켜 줍니다. 신생아의 기저귀를 갈면서 더럽고 불쾌하다고 느끼는 양육자는 없을 것이고, 3-5세 아이들의 배변 훈련을 부끄럽거나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어른들도 드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거짓이 없어서일까요?


우리는 모두 한때 말 못 하는 아기였고 어린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 <소아청소년과>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우리는 모두 한 때 아동이었기에 소아청소년의 삶과 건강은 우리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생생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한 때는 부끄러움과 불쾌함의 상징인 배설물조차도 귀엽고 뽀송뽀송하게 느껴졌을 우리의 과거를 추억해 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어릴 적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커버 이미지


귀도 레니(Guido Reni,1575-1642), 술 마시는 바커스(A Drinking Bacchus)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 화가 귀도레니는 바커스를 잘생긴 젊은이도, 비만한 남성도 아닌 통통한 아이로 그렸습니다. 바커스는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에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지만 삐딱한 자세로 술을 마시고 있어 동심이 파괴되는 순간입니다. 종교화를 주로 그렸던 화가의 화풍을 고려한다면 아이가 술을 마시고 방뇨를 하는 모습은 분명 부정적 메시지였을 것입니다.


이 그림을 현대에 맞추어 해석해 본다면, 요즘 소아청소년은 그 어느 시대보다 음료에 손쉽게 노출되어 있어 그로 인한 질병도 생길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음료는 물이 아니기에 당분과 카페인이 들어가기 쉽고, 그런 음료를 과다섭취하면 당뇨와 비만, 위식도 역류, 불면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의 식습관과 체형이 건강하지 않다면 혹시 너무 음료를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미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잘 나려면 달콤하고 농도가 높은 음료보다는 물을 더 챙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원활한 연재를 위하여 다음 한 주는 쉽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안효섭, 신희영. 홍창의소아과학. 12판. 미래엔, 2020.


2. Yong Hoon Park, M.D.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Nocternal Enuresis. Korean Journal of Pediatrics. 20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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