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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Feb 25. 2022

이사의 발견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드디어 이사를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두려워했던가.

마치 <귀신의 집> 혹은 <어둠의 동굴>에 들어와 살게 되는 것처럼, 온 집안을 하얗게 칠해 놓고도 나는 여기로 들어오는 것이 무서웠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죽음에 엄청난 사건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오래된 질병과 어둠, 그리고 약간의 행복이 있었던 추억의 집일 뿐.


이사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개는 집값이나 주변 교육 환경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냥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좋은 동네> 란 <좋은 대학> 만큼이나 애매모호한 말이다. 그 기준은 바로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사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공간으로의 이동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지나간 삶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울고 웃으며 살아갈 것이다.


혼자 걸어 다니는 게 좋다.

주변의 카페, 공원, 건물을 탐색하고 산책하며 엄마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나만의 집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이 공간을 물려주신 엄마 아빠께 감사드린다.

분명 열심히 살았기에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음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내일은 집 근처 브런치 가게에서 꼭 프렌치토스트를 사 먹어야지. 오후엔 가격이 적당한 진주 귀걸이를 사러 갈 거고, 새로 시작할 운동도 고를 것이다. 아까워하는 마음 없이 나를 위해 그 모든 시간들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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