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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Jul 08. 2022

저의 최애 커피 맛집을 소개합니다.

나는 커피가 옆에 있어도 커피가 그립다.

 요즘 들어 밤에 푹 잠을 못 잤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 탓도 있겠고, 혹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싶어 어제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꿈에서도 커피가 보이고 집안일하다가도 걷다가도 커피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빨리 마시러 가야겠어요. 잠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인정하기 싫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푹 잤습니다. 저는 카페인에 정말 예민한가 봅니다.


마실수는 없으나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저의 최애 커피 맛집을 소개합니다. 업체로부터 지원을 받은 건 아니고, 오로지 제 마음속 BEST 3입니다.


 첫 번째, 로스팅 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알 ****(이하 알*) 카페입니다. 매장이 3군데같은 동네에 몰려있고, 나머지 하나는 도심에 있어요. 알*의 원두는 제가 이사 오기 전 단골 카페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시즌마다 엄선한 원두를 향을 잘 살려 로스팅합니다. 신기하게도 알 * 매장은 간판이 없거나 매우 작습니다. 기사에서 보니 MZ 세대 취향이 SNS에서 소통하고 알아서 찾아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해요. 다만 매장 내부 기둥에 A C R (알* Coffee Roasters의 줄임말)이라고 작게 쓰여 있지요.

 

 알 * 대표 매장은 평일은 오전 8시에 오픈하고, 주말에는 오전 10시에 오픈합니다.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오픈 키친이어서 커피 만드는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요. 커피는 바리스타 분이 자리로 직접 갖다 줍니다. 아침에 직원 한 분만 계실 때도 있는데, 대기 시간을 넉넉히 두고 정성스럽게 드립 커피를 내려서 손수 가져다줍니다. 따뜻한 커피는 포슬린 잔, 차가운 커피는 라스틱 잔에 줍니다.


 근처 레스토랑 중에 알* 에서 원두를 받아 커피를 취급하는 곳이 제법 있더라고요. 알* 매장까지 가기 귀찮은 날은 그냥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커피만 주문해서 마시기도 해요. 그만큼 길들여지면 잊기 힘든 향과 맛입니다. 별다방과 콩다방이 떡하니 자리 잡은 이곳에서도 알* 카페는 늘 붐비는 곳이랍니다.


두 번째, 커피 *학입니다. 이곳은 아주 고전적인 느낌의 카페입니다. 예전에는 가비*학이라고 불렀는데 바뀐 것 같아요. 한자로는 커피를 가비라고 쓰니, 조선시대 커피를 처음 접한 콘셉트일까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연령대가 조금 있는 분들이 많이 찾는 편입니다. 드립 커피가 종류별로 다양하고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빈티지 구리 잔에 담아주는데 , 어찌나 차가운지 목 넘김부터 가슴까지 냉기가 돕니다. 여름에 시원한 커피로 목을 축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추천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집의 커피보다 더블 토스트가 너무 좋아요. 넉넉한 두께의 통식빵을 바삭하게 구워 버터와 잼을 곁들여 주시는 기본 토스트는, 집안일에 지친 저에 엄마 간식 같아서 위로가 됩니다.

또 하나, 창가 테라스에 조그만 화분들이 놓여 있어서 꽃을 보면서 마시면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테이블과 의자도 고풍스럽고, 사장님이 항상 계셔서 매장 분위기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커*텀 커피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베이커리가 있는데요. 같은 층에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커피집이 있더라고요. 처음 듣는 상호였는데,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날 하루 큰맘 먹고 조금 기다려서 주문해 보았는데요.


우와, 인생 라테라고 쓰여 있더니 정말 맞았어요. 일단 우유가 다릅니다. 아마도 폴 바셋과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우유가 달고 고소해요. 도대체 우유에 뭘 탄 걸까요? 아님 폴 바셋처럼 XX 유업을 모기업으로 가지고 있는 걸까요? 딱히 오픈된 정보는 없습니다. 이 브랜드의 시그니쳐 메뉴는 카페 라테와 흑임자 라테입니다. 우유는 달고 고소한데 에스프레소 샷도 아주 진합니다. 샷 추가를 하지 않아도 묵직하고 진한 커피맛을 느낄 수 있어요. 단점은 저처럼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자주 마시면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잠이 안 옵니다.


저는 라테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물탄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 싫기도 해요. 특아이스로 마시면 얼음이 녹으면서 커피맛이 희석되지요. 그런데 플랫화이트를 마셔본 후, 우유가 묵직해야 커피에 물탄 느낌이 사라지고 향도 보존된다는 걸 알았어요. 커*텀 커피는 그냥 라테를 시켜도 우유가 묵직해서 좋습니다. 저는 아이스라테를 자주 먹는데, 처음엔 우유를 섞지 않고 스트로를 꽂아서 밑바닥에 가라앉은 우유를 한 모금 빨아들여요. 그러고 나서 저어서 먹지요. 1석 2조입니다. 그들의 우유 공급망이 궁금합니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이겠지요?

휴.. 그런데 요즘은 커피 값이 너무 비싸요. 드립 커피는 한 잔에 거의 만 원이에요. 제가 허용할 수 있는 커피 가격은 7000원 까지였는데, 이제 드립 커피는 그냥 내려 마셔야겠습니다.


제가 작년에 마셔보고 반한 원두가 있어요. Columbia El paraiso(이하 엘파라이소)라는 원두인데요. Columbia 원두 중에서 복숭아 향이 나는 귀한 녀석입니다.

작년에 알* 원두를 취급하는 단골 카페에서 구매했는데, 그때는 엘 파라이소의 진가를 몰랐어요. 남은 원두가 딱 하나여서 그냥 사 왔거든요. 찬장에 고이 모셔두었지요. 달 후에 다른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주문했는데, 그날은 주문이 밀려서 도저히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사장님이 오셔서 죄송하다고, 새로 들어온 원두로 드립 커피를 조금 내려드릴 테니 맛보라고 하셨어요. 그것이 바로 복숭아 향을 간직한 엘 파라이소였습니다. 감동의 맛이었지요. 하지만 그 원두는 곧 시즌이 끝났고, 아쉬운 마음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 찬장 정리를 하다가 집에 고이 모셔져 있는 원두를 발견했어요. 복숭아 향을 간직한 엘 파라이소였죠. 개봉 후 냉장 보관을 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서 향이 많이 날아갔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보물처럼 느껴졌어요.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이상형.. 아니 엘 파라이소.


며칠 전 알*에 엘 파라이소 원두가 들어왔습니다. full name은 엘 파라이소 리치 피치입니다. 저는 엘 파라이소 리치리치, 뭐가 풍부하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Lychee- Peach 였습니다. Lychee, 리치는 중국음식집에서 코스요리에 내어주는 열대과일이었어요. 원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혀 끝만 예민해진 저는 하루를 기다려 품절된 원두를 기어이 샀습니다. 그리고 오늘, 바로 그 원두를 경건한 마음으로 내려 마셨습니다.


신선한 원두에서 신성한 향이 납니다. 아... 이 복숭아 향을 어쩔까요? 감사합니다. 알****.


 

전문가가 아닌 애호가로서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것, 첫째 돈이 많이 들고, 둘째 품이 많이 들고, 셋째 말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커피나 와인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는데요. 같이 사는 사람이 워낙에 혀 끝 감각이 발달해서 점점 물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맛있는 커피 한 잔 하셨나요? 장마철의 눅눅함, 열대 기후로 변해버린 우리의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커피를 마셔 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자는 커피를 음료가 아니라 약물이라고 하지만, 커피에는 향과 맛이 있기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향기는 기억으로 남아 우리의 정서를 일깨웁니다. 여러분도 향기를 간직한 여름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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